한국일보

미 대선을 위한 목민(牧民)심서

2008-03-03 (월)
크게 작게
조정희(SEKA 사무국장)

공화당 대선 후보로는 존 매케인이 거의 확정됐다. 민주당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버락 오바마가 루이지애나와 워싱턴, 네브라스카와 버진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메인 코커스와 포토맥(DC, 버지니아, 메릴랜드) 프라이머리를 승리함으로써 초반 리드를 지켰던 힐러리 클린턴을 제쳤고, 위스컨신 프라이머리와 하와이 코커스마저 거머 쥐면서 경선은 아직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집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클린턴과 오바마가 확보한 대의원 수 차이는 많아야 74명(AP통신 집계, 오바마 1,319명 대 클린턴 1,245명), 적으면 5명(뉴욕타임스 집계, 오바마 1,117명 대 클린턴 1,112명)에 불과하다. 역대 미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이 이처럼 치열한 적은 없었다.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11월에 어떻게 투표할까 이다.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면 우리는 매케인과 오바마/클린턴 중에서 누구를 찍어야 할까? 표를 던질 기준으로 무엇을 고려할까? 나는 19세기 조선의 개혁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다산은 1818년 유배지 강진에서 조선 최고의 정치/행정 지침서로 꼽히는 ‘목민심서’를 완성했다. 관리로 임명받고 취임해서 정치를 베풀고 나서 물러나기까지의 전 과정을 세세히 짚어가면서 수령이 지킬 도리를 명시한 책이다. 전편이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특히 4편이 눈길을 끈다. 제목부터 ‘애민 6조’다. 백성을 사랑하는 여섯 가지 방법, 즉 요즘 말로 6가지 서민정책이다.

다산이 꼽은 6가지 서민정책은 노인을 부양하고(養老), 어린이를 돌보고(慈幼), 곤궁한 사람을 돕고(振窮), 상을 당한 사람을 애도하며(哀喪), 병든 사람을 돌아보고(寬疾), 재난당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다. 얼른 보면 낯선 한자 표현 때문에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을지 모른다.하지만 원문을 찬찬히 읽어보면 200년 전 다산의 애민정책 중 적어도 4가지는 2008 미국 대선의 핫 이슈임을 알 수 있다. 양노(養老)는 소셜시큐리티 정책이고 자유(慈幼)는 교육정책, 진궁(振窮)은 중산/빈곤층을 위한 경제부양책이며, 관질(寬疾)은 의료보험 정책이기 때문이다.이 4가지 분야는 부시행정부 8년간 완전히 망가진 분야들이다. 내치 실패를 전쟁과 테러 위협으로 위기감을 조성해 근근이 버텨왔을 뿐이다. 그래서 매케인은 이 4가지 정책을 잘 언급하지 않는다. 반면 클린턴과 오바마는 이 4가지 정책에서 공격적이다. 특히 오바마는 매우 공격적이다. 따라서 우리는 11월 대선에서 표를 던지기 전에 매케인과 클린턴과 오바마의 4가지 민생 정책을 찬찬히 살펴서 누가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계획중인지 판단해 봐야 한다.

2008 미 대선을 보는 ‘우리 관점(觀點)’을 가져야 한다. 그 관점은 우리 이민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하겠고 뿌리 깊은 한국인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으면 더더욱 좋겠다.다산이 200년 전에 2008 미국 대선의 쟁점 정책을 67퍼센트나 알아맞힌 것은 그가 선견지명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 쟁점들이 양의 동서와 시의 고금을 초월해 워낙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고전을 읽으면서도 오늘의 미국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도 그런 궁극적인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