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正 과 HSPACE=5
HSPACE=5

2008-03-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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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월드뉴스를 시청하다가 대만 총선 과정에서 바를 정(正)자로 계표하는 것을 보았다. 옛일이 되살아났다. 필자가 한국에 있을 당시 표를 계산할 때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방법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달랐다. 글자 대신 HSPACE=5
HSPACE=5
을 그리면서 수를 세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이렇게 동서의 다른 두 가지 방법에 공통점이 있다면 다섯을 하나의 단위로 보는 점이다. 왜 그럴까. 손가락 발가락 수가 다섯이기 때문에 얻은 지혜일까.

한국의 냉면 온면 비빔국수, 일본의 우동 라면, 이탈리아의 스파게티, 중국의 자장면, 베트남의 쌀국수… 등은 제각기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국수이고 그 조리방법이 다를 뿐이다. 그 옛날 교통이 불편할 때 어떻게 국수 문화를 서로 교환하였을까.남자는 주로 바지를 입고, 여자는 주로 치마를 입고, 머리에는 모자를 쓰고 발에는 버선이나 양말을 신고, 장갑을 끼고, 목도리를 두르고… 등등 각각 생활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방법이 다양하게 고려되었다.


사는 거처는 어떤가. 벽·지붕·창문과 문·부엌 등이 기후와 조화를 이룰 수 있게 고안한 집을 마련하고 있다. 물 위에 있는 집, 나무 위에 있는 집, 굴 속에 있는 집, 얼음으로 지은 집… 등 인류의 조상들은 기후의 영향을 생각하면서 추위와 더위에서 몸을 보호하는 안식처 마련을 위하여 지혜를 모은 흔적을 본다.식사하는 방법도 각각 다르다. 수저를 사용하는 한국인이 있지만, 젓가락만 사용하는 민족이 있고, 포크와 칼을 양손에 들고 식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예 손가락으로 식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것이 가장 발달된 좋은 방법일까. 결국은 자기에게 습관이 된 방법이 최고일 것이니 우수함을 가릴 수 없겠다.

세계 각처에서 사용되는 언어나 글자는 어떤가. 언어의 수효는 글자의 수효보다 훨씬 많고, 소수민족들은 제각기 자기네들의 특수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글자의 수효는 훨씬 적으며 학문적으로 우열함을 가릴 수 있겠지만 각자에게 익숙한 표기방법이 가장 우수하다고 믿고 있음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음악에서 각 지역의 민요와 고전 악기를 보아도 아름다움의 다양성이 눈부시다. 한국의 고전음악, 중남미의 라틴음악, 미국의 재즈음악·흑인영가, 아라비아의 독특한 음악 등 제각기 뚜렷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어느 음악이 가장 우수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분명 우문일 수 밖에 없다.

무엇이나 종류가 많아 그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거나 때에 따라 다양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얼마나 다행한가. 그것도 간접적인 체험이 아니고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면 문화의 보고 속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 된다. 인류의 발달이란, 문화교류의 넓이와 속도 여하가 그 정도를 말한다고 생각한다.만약 이런 바람직한 분위기를 즐길 수 없다면 어디에 그 원인이 있을까. 그 사람들은 마음의
문이나 창문이 꼭꼭 닫힌 개인이나, 지역사회나 국가의 주민이라고 하겠다. 이런 현상에 있을 때는 당사자가 문이나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용기가 없을 때는 밖에 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싱그러운 공기를 넣어주는 것이다.

바깥 세상의 여러 가지 문화 중에서도 아름다운 음악은 이 방면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지난 2월 26일,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은 문화를 통하여 양방향으로 마음을 노크하는 역할을 했다. ‘평양의 미국인’이 올린 개가이다.세계는 북한과 미국이 상대방에게 믿을 수 있는 친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그들이 연주한 ‘신세계’는 북한 사람들에게 바라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곡의 선택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새로운 세상을 보라고.

세계의 방방곡곡에 각 민족이 지닌 다양한 문화가 건강하게 숨쉬고 있다. 개인이나 민족이나 국가의 행복지수는 이 색색의 문화를 즐기는 양과 정비례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각종 문화를 만나는 것은 내가 지니고 있는 문화를 향상시키는 영양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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