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힐러리와 오바마

2008-02-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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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경제특집부장)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의 낙선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한인 공화당원 K씨의 푸념은 이랬다.“흔히, 지도자는 머리가 나빠도 머리 좋은 참모를 잘 쓰면 된다고 말하지만 부시의 경우를 보니까 그 말도 틀린 것 같다.”

머리 나쁜 지도자는 역시 나쁜 참모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문제라는 얘기다.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부시 대통령이 말 많고 탈 많은 딕 체니 부통령이나 칼 로브 정치고문을 계속 믿었던 것을 보면, 필부의 의리가 국가의 이익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처럼 미국내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당선이 보장되지는 않는 것이 재미있다.


(퍼온 글에 따르면 포너(Eric Foner)라는 컬럼비아 대학 역사학 교수도 부시를 월스트릿 저널에 발표한 글에 부시를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뽑았다. 또 미국 역사학자의 80% 이상이 부시 행정부를 실패한 행정부로 평가했다 한다. 지난 13일 발표된 여론조사(Harris poll)에 의하면 미국 사람들은 역대 대통령 중 부시를 최악의 대통령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확정됐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불확실한 상태다.
그런데 상당히 흥미진진하던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버락 오바마 후보의 선전으로 약간 김이 빠진 듯하다. 단순히 후보의 윤곽이 들어나서 김이 빠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정확히 말하면 제목을 ‘클린턴과 오바마’라고 해야 할텐데, 워낙 우리에게 힐러리의 이름이 강해서인지 이렇게 해야 쉽게 이해가 된다.)

한인들이 민주당을, 힐러리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은 지난 예비선거에서도 분명히 나타났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한인들의 입장에서 김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주위 사람들에게 민주당 후보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민주당원인 L씨는 “누가 되든 이번에는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오바마 후보가 매케인 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고 말한다.

위에서 말한 K씨도 “미국인들이 과연 흑인 대통령을 인정할 지, 내 경험으로는 ‘아직 아니다’라는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정치 무관심층인 여성 H씨는 “관심없다. 하지만 능력면에서 힐러리는 검증이 된 편이지만 오
바마는 아닌 것 같다”고 심드렁하게 말했다.주위에 오바마 지지자가 없어 편파적(?)으로 취재를 한 셈이 됐지만 한인들에게 오바마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이럴 때 오바마와 한인사회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면 대박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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