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은 머리 외국인’ 유감

2008-02-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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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형(뉴저지)

나는 고국을 떠나 미국에 와서 거주한지 10여년이 되는 소시민이다. 몸은 비록 미국에 있지만 마음은 늘 두 아들이 잘 자라주길 바라며 고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해외한인 중에 한 사람이다. 그런데 지난 이명박 특검의 BBK사건의 결과 발표를 접하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파 한 마디 하고자 한다.

나는 이 사건에 대해 본질은 잘 모른다. 다만 신문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문제는 특검팀의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모든 사건의 책임은 “검은 머리 외국인”에게 있다는 표현을 썼다. 기자회견을 하면서 발표한 이 말의 본뜻은 특검팀에서 미국시민권자인 김경준씨를 지칭한 것으로 말한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와 닿는 느낌은 외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며 고국을 그리워하는 모든 해외 한인들을 칭하는 새로운 표현으로 들려 매우 유감스러웠다.
지금까지 고국을 떠나 인터넷 상에서 약간 서운한 감정으로 해외 한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있었지만 이토록 모든 매스컴이 집중한 상황에서 책임 있는 사람들이 미국 거주 한인을 미국사회에서도 쓰지 않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 후 그 표현을 접한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 한인들을 바라보거나 칭할 때 다 이와 같은 저속한 말투로 지칭하거나 생각할 까 적이 두렵다.

이 미국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승희 사건을 보더라도 미국사회에서는 아시안이나 한국인이 아닌 개인의 문제로 사건을 종결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 한인사회나 한국에 있는 모든 국민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국가 중대사의 중심에 있는 책임자들이 고국을 그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해외한인들의 마음은 조금도 헤아리지 못하고 그런 표현을 사용하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오늘 내가 경영하는 세탁소에 온 손님이 “너희 중국은 지금 날씨가 어떠냐?”고 물어본다. 이렇듯 많은 현지인들은 아직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한국이나 한국인에 대해 잘 모른다. 이런 속에서 우리를 나타내기 위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미 주류사회로의 진출을 위해 열심히 현실 속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고국에서 어떻게 이렇게 해외 한인들에 대해 함부로 표현하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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