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학부모들의 로망

2008-02-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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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정(P.S. 32 학부모)

얼마 전 한국에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유명 사립 초등학교에 대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한국의 대기업 손자가 다닌다고 해서 더 유명세를 타는 모양이다. 그 학교를 학부모들의 ‘로망’이라고 했다.

우리 아이는 미동부 최초로 한국어, 영어 이원 언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P.S. 32에 다닌다. 지난 5일 아이의 학교에서 설날 공연이 있었다. 그 날의공연을 위해서 작년 12월부터 연습을 했다.미국에 살면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는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공연 전의 어수선한 분주함을 뒤로 하고 커튼이 열리자 스물 네명 악동들의 꼭두각시 공연이 시작되었다.


다른 엄마들의 마음도 나와 같았을까? 아이들은 웃음 띈 얼굴로 무대에 있는데 보는 내내 난 왜 그리도 손에 땀이 나고 가슴이 뛰던지.. 불과 5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난 너무도 감격해 눈물이 울컥했다. 아이들은 악동이 아니라 ‘천사’들이었다.공연 말미에 ‘아리랑’ 합창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아리랑을 끝까지 불러본 적이 몇 번이었을까? 여태껏 내가 아리랑을 이렇듯 온 마음으로 불러본 적이 있었던가?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많은 사람이 한 목소리로 아리랑을 부를 기회가 몇 번이나 될까?

고민 끝에 한국어와 영어 이원언어 수업을 하는 P.S. 32로 학교를 정하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우리의 아이들은 한국에서보다 우리의 것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간직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리고 과연 학부모들의 로망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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