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훈 심어준 숭례문

2008-02-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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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식(중앙대 교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지난 2월 10일 저녁 9시경 숭례문에서 연기가 난다는 뉴스를 듣고 별 일 아니려니 하고 있었는데 두어시간이 지나자 다시 TV에서 숭례문이 불꽃에 싸여있었고 지붕 위로 물을 뿌리는 광경을 보고 3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생각이 났다.

한국에 처음 귀국하여 간 곳이 숭례문이었다. 그 속에는 노숙자들이 생활을 하고 있었고 여기 저기 소주병과 담배꽁초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어 관계자들을 찾아가 우리나라 국보 1호인 숭례문을 좀 더 잘 관리하라고 몇 차례 이야기 하였으나 소가 닭 보듯 귀담아 듣지를 않아 무척
안타까웠다.


계속적으로 TV방송은 화재에 대한 속보를 보내고 나의 주변 사람들이 수십 통의 전화로 애통해 하는 이야기와 스위스에 거주하는 나의 둘째 딸도 전화로 “아빠 서울에 있는 남대문이 불이 났어요” 하고 애통해 하는 소식을 전하여 숭례문 화재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을 알았다.
이 얼마나 나라 망신이고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손상되는 일인가.
그래도 나는 TV를 보면서 마치 꿈속에서 불 꿈을 꾸는 듯한 생각을 하면서 나의 눈을 의심하였다.

예전 뉴욕에서 살 때 월드 트레이드센터 폭파사건 때보다도 더 가슴이 아팠다. 그 때에는 다른 민족이 비행기로 폭파하였지만 이번 숭례문 화재는 우리 민족이 정부에 대한 감정으로 우리나라 국보 1호인 600여년 긴 세월을 지켜온 역사적인 문화유산을 불태워버린 것이니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되어버렸다.숭례문은 대한민국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최고의 모델이었으며 우리 조선의 역사와 임진왜란, 독립운동, 6.25, 4.19, 5.16 등의 희로애락을 지켜 보았고 정치, 문화, 경제, 과학 등의 관문으로 600여년을 혼자 보며 서울을 지켜온 것이다. 그러한 숭례문이 화재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겨우 70~80년 사는 사람도 죽으면 3~4일장을 치루고 49재를 하여 영혼을 달래는 법인데 600여년을 살아온 숭례문을 연기도 가시기 전에 숭례문의 뼈다귀들을 포크레인으로 마구 부수어 쓰레기장으로 옮기는 것은 한국 정치인과 문화예술을 관리하는 자들은 부모도 없고 눈물도 없고 감정도 없는 아주 메마른 사람들 뿐인가 싶다.

바로 그 현장에 가 보았어도 힘없는 백성들과 소방차들 뿐,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았고 대한민국 백성들의 통곡 소리와 눈물만이 숭례문 바닥을 적시었다. 또 하나의 눈물과 분노는 어느 기업이 숭례문 재현공사를 맡느냐 하는 물밑작업들의 소리들이다. 5000년의 대한민국의 문화유산들이 어떻게 몇몇 사람들의 수익성에 놀아나는지? 우리의 금수강산이 점점 좀먹어 가고 있는 시점에 숭례문은 참다 참다못하여 사라져버린 것이 아닐까?
이제부터는 소를 잃어버리지 않게 튼튼한 외양간을 만들어 대한민국 금수강산의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여야 할 것이며 국보 1호인 숭례문의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루어 관계자 여러 기관에 뼈에 사무치도록 교훈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억울하게 불 타 사라진 숭례문의 600여년 역사의
영혼을 잘 달래어 앞으로도 계속 대한민국을 지켜줄 것을 기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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