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로 남은 숭례문

2008-02-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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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혜(전 예지원 원장)

2월 10일 낮, 방송 속보에서 남대문 국보 제 1호 숭례문이 불에 타오르는 화재 뉴스가 나오는 순간, 나는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니 이럴 수가…

놀라운 속보에 내 마음은 너무 아파 가슴이 찢어지는 안타까움과 두근거리는 마음이 도무지 안정되지 않았었다.삽시간에 불은 번져 불길을 잡지 못하는 소방대원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누구 하나 결정을 내지 못하고 서로 바라만 보는 그 안타까움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불은 계속 번지고 번지고 마음만 애가 탄다.


서울 남대문은 우리나라 국보 제 1호 숭례문으로 문화재단에서 목조건물로는 가장 오래된 국보 제 1호이다.어린 시절 시내를 오가면서 남대문 길 앞으로 지나갈 때 친구들과 여름에는 쉬어가기도 하고 그 많은 행인들을 지켜보며 보살펴 주던 숭례문, 아까워라. 불에 타버린 숭례문. 아까워서 어쩌나. 610년 긴 세월 속에 고난과 슬픔과 기쁨, 모두 이겨낸 숭례문이 불에 타다니… 이제 그 모습을 되찾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눈물만 흐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불에 타는 숭례문을 지켜보면서 흐르는 눈물만 닦아가며 바라보고 숭례문이 완전히 불타 쓰러진 후에는 여러가지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이미 다 때는 늦은 것으로 다 타버린 옛 터전은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게 되어버렸다.추운 겨울 날, 거센 바람에도 끄덕없이 서있던 숭례문, 동쪽 새벽녘에 떠오르는 맑은 햇살을 받
으며 누각에서 광명 비춰주던 숭례문! 밤이면 밝은 달빛에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던 그 외로웠던 숭례문! 흰눈 쌓여 있었던 숭례문. 이제는 다 타버린 재로 남아있을 뿐이다.

숭례문의 수문장은 이제 두번 다시 옛 모습을 볼 수 없다. 우리들을 지켜주던 숭례문이여! 부디 다시 재건되어 옛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무구한 고적 문화, 역사를 잃은 우리 한민족들. 가슴마다 섭섭함의 한을 품고 눈물을 흘리는 이 안타까운 마음 아시옵소서.
국화꽃으로 조문 올리는 시민들의 마음에 다시는 찾아볼 수 없는 숭례문의 한이 가슴에 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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