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선행아! 전염되라!’

2008-0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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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

유난히도 따뜻했던 1월이었다. 기온도 평균치보다 높았지만 2008년 1월은 뉴욕에서나 한국에서나 우리들의 마음속을 훈훈하게 녹여주는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가 많았다.

1월 초에는 경기 후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권투선수 최요삼씨의 가족들이 고인의 생전 뜻을 살려 그의 장기를 말기환자 6명에게 기증했다.
이 소식을 접한 전 세계 한국인들의 촉촉한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뉴욕에서는 뇌사판정이 내려진 고 이윤선씨가 신장투석을 받고 있었던 자신의 남동생에게 신장 2개를 마지막 선물로 남기고 가 우리들의 마음을 또다시 뭉클하게 만들었다.


선행은 전염된다고 했던가? 최근 브롱스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17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팀 김군의 장기가 고인의 뜻에 따라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기증됐다. 한국의 연합통신은 최요삼 선수의 장기기증 소식 기사의 리드를 ‘세상에 모든 걸 다 주고 훌훌 자유롭게 떠났다’고 전했다. 같은 기자로써 이 리드를 쓴 기자나 편집국장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렇다! 단 1센트도 피해보지 않고 살려는 혹독한 요즘 세상에서 최요삼, 이윤선, 팀 김은 세상에 모든 걸 다 주고 자유롭게 떠났다.비록 이들 고인 3명의 소식이 언론에 알려져 사회에 널리 전해졌지만 다행히 우리 주위에는 장기 기증자가 상당히 많다.

미 장기기증협회에 따르면 2008년 2월13일 현재 장기기증 대기자 명단에는 무려 9만8,076명의 환자들이 각종 장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07년 1월부터 11월까지 장기를 기증한 사람들은 총 1만3,224명이며 이들로 인해 같은 기간 시술된 장기이식 수술은 2만6,022건이라고 한다. 즉, 한 사람이 평균 2개의 장기를 기증한 셈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지갑을 꺼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장기기증을 기부금으로 대신하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꺼낸 지갑 안에 있는 운전면허증을 한번 살펴보길 바란다. 운전면허증 하단에 ‘Organ Donor’라고 써 있는지...? 차량국에서는 운전면허증을 발급, 또는 갱신할 때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경우, 장기기증 의사가 있는지 물어본다. 이에 ‘Yes’라고 대답하는 것.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가 살아있을 때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선행 중 하나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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