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유권자들, 이래선 안된다

2008-02-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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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오(우드사이드)

떠들썩했던 수퍼 화요일은 끝났다. 그동안 뉴욕, 뉴저지 등 한인 밀집지역에서는 투표율을 최소한 50%까지 올리기 위해 각 유관단체와 언론들은 있는 정성 다 들여 홍보해 왔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럽게도 50%는 커녕 30% 고지도 못 넘기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진정 투표율 50%는 희망사항으로 끝날 것인가? 투표율 50%는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끝날 것인가? 한인 청년학교와 뉴욕 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아시안 아메리칸 법률교육재단 등이 한인밀집지역에서 표본조사한 바에 의하면 뉴욕지역 투표율은 22%대였고 뉴저지지역 투표율은 이보다 다소 많은 32%대로 잠정 집계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벤자민 카도조고교 투표소는 투표율이 10%도 안 되었고 플러싱 8개 투표소에도 평균 17% 밖에 안되었다고 하니 이럴 수가 있는가? 도대체 10명 중 한 두명만이 투표를 했다는데 이게 말이나 되는가?


물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식 발표한 집계는 아니라 할지라도 대충은 맞아 떨어지리라 생각한다. 개중에는 투표통지 안내서를 못 받아 투표에 불참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고, 투표장에 갔으나 선거인 명부에 이름이 등재되어 있지 않아 투표를 못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혹은 유권자 등록에 누락되어 부득이 투표를 포기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전체 투표율의 몇 %나 되겠는가?

필자도 투표통지 안내서를 못 받았지만 ID 제시 하나로 투표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수퍼 화요일의 투표율이 10%에도 못 미쳤던 과거의 예비선거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애써 자위하고 있다.사실 투표율을 높이느냐 못 높이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관심과 성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선 때는 자비를 들여서라도 한국에 나가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열성분자들의 성의의 절반만 발휘해도 50%는 무난하리라.

우리는 기껏해야 이곳 후보들을 위해 모금을 해주고 사진 몇장 찍어 가문의 영광(?)으로 삼는 것을 다반사로 하였다. 우리 생활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한국의 대선에는 관심과 정성을 들이면서 이곳 대선에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은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이제 결론은 투표율 재고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과 같이 모든 문제 해결의 열쇠는 바로 투표의 힘이다. 우리의 단합된 보트파워(Vote Power)를 과시함으로써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청과협회의 그린카트 법안이라든가, 세탁협회의 퍼크 규제 문제(물론 대선과는 무관하지만) 같은 것도 원만히 해결하려면 우리의 힘이 강해야 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면 뭐하나, 꿰어야 보배 아닌가?

우리는 세금 내는 납세자이면서 시민권자이다. 투표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렵게 딴 시민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번 예비선거에서 얻은 결과를 가지고 우리는 자신에게 가차없는 매질을 하여 지자체 선거는 물론 11월 4일 본선거에서는 그야말로 타민족이 놀라 까무라칠 정도의 높은 투표율로 경천동지의 대사건을 한번 연출해 보자! 그리하여 개미 허리에도 권총을 찰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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