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실정

2008-02-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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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센트럴 커네티컷주립대학교 경제학 교수)

부시대통령의 마지막이 되는 2009 회계연도 예산안이 무려 3조(trillion)달러가 넘는다. 2012년는 수입과 지출이 동일하여 균형예산이 된다는 부언을 하였다.

뉴욕타임스는 2월 5일자 사설에서 이러한 견해는 ‘넌센스’라고 평하였다. 잘못 택한 우선순위, 실패한 재정정책, 그리고 차기 대통령에게 물려줄 크나큰 적자와 9조 달러나 되는 국채가 실존하기 때문이다. 동 사설은 예산안 자체가 현 회계연도에는 4,100억 달러, 다음 해는 4,070억 달러의 적자를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하였다.


동시에 로버트 와인맨은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평하면서 미국의 실정을 조리있게 분석, 비교하였다.
(1) 미국은 1년에 7,000억 달러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충당하고 있다. 이것은 사회적 비용이 포함되지 않는 액수이다. 전반적인 미국의 국방비 예산은 전세계의 거의 반에 가까운 규모이다.

(2) 미국 인구의 1%에 달하는 최고 갑부가 차지하고 있는 순 자산은 2004년 현재 나머지 90%의 인구가 소유하고 있는 액수보다 2.5조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1976년에는 8.83%의 국민소득을 최고 1%의 부자들이 차지했지만 2005년에는 21.93%나 된다.

(3) ‘포춘지’ 500 대형회사의 최고경영자와 ‘원가’의 재정담당 전문가들의 소득은 평균 노동자의 수입에 비해서 무려 364배가 된다. 이 비율은 19809년에 불과 40배였었다. 보너스와 그 외의 잡수입, 탈세 등도 있다는 점도 추가로 언급하였다.

(4) 대형 회사의 이윤은 지난 10년간 국내총생산의 8%가 된다. 1990년대에는 6.5%였었다.

(5) 건축업계를 곤경에 빠지게 한 미국의 부동산 실정은 220만에 달하는 ‘내집 마련’자들의 꿈을 깨어버렸고 지불 불능과 함께 총 1,640억 달러의 손해를 보게 되었다. 동시에 계속되는 집값의 하락으로 2조 달러를 상회하는 손실을 겪고 있다. 지난 2년간 ‘모기지’ 융자를 하청회사에서 받은 사람들은 다섯명에 한 사람 꼴로 유질(流質) 처분을 받게되는 실정이다.

(6) 인종별로 본 부의 분배도 악화되고 있다. 1982년에서 2004년 사이에 생긴 격차는 미국의 유색민족이 594년이나 더 일을 해야 백인과 같은 수준의 부를 차지할 만큼 그 차이가 커졌다.

(7) 미국에서는 여성들의 소득이 여전히 남성들보다 낮다. 주급의 평균을 기초로 한다면 2006년의 풀타임 여자 노동자가 번 소득은 남자들에 비해서 80.8%에 불과하였다. 1990년 이후 이런 격차의 감소가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


(8) 여섯 어린이 중에 하나는 빈곤층에 속한다. 2006년 미국의 빈곤층 비율은 12.3%였고 어린이들의 비율은 17.4%나 된다. 빈곤층을 결정하는 소득은 낮은 편인데 2006년에는 매인당 10,294달러, 4인 가족은 20,614 달러로 책정되었다.

(9) 지금 선거운동 중인 대통령 입후보자들, 특히 민주당 소속은 당선이 되면 국민의료보험을 시행하겠다는 공약을 하고 있다. 현재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4,500만명이나 된다. 미국의 국세조사에 따르면 2006년에는 전체 인구의 15.8%인 4,700만명이 아무런 의료보험이 없었다.

(10) 이 나라의 대외무역 적자는 국내총생산의 5% 규모이다. 2006년의 무역적자가 7,636억 달러나 된다. 조만간 이런 적자를 없애야만 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달러화의 약세로 수출이 어느 정도 증가될 수도 있지만 가중되는 국내 인플레이션으로 생활수준의 저하도 있게 마련이다.

(11) 미국의 연료 절약이 둔화되고 있다. 현재의 자동차와 트럭의 한 갤론당 주행거리는 평균 25.3마일이다. 1987년의 25.9마일에 비해 저하되었다. 연료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차량의 개량이 절실하다.

(12) 국내 사회간접자본이 노휴되고 있다. 미국 민간 엔지니어링협회의 추산으로는 향후 5년간 도로, 교량, 기타 시설의 수리에 1.6조 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13) 지금 미국의 형무소에 수감중인 죄수는 무려 200만명이 넘는다. 2006년 현재 226만명이 복무중이다. 매년 평균 3.4%가 증가하고 있는 통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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