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미관계와 부시의 선택

2007-12-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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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부시정부 말기에 접어들어 부시는 스스로를 외교, 군사전략에 있어 실패한 대통령임을 자임하게 되었다. 신 네오콘의 기치 아래 극보수 강경주의로 일관하여 미국의 위용을 되찾으려던 그의 만용은 일단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부시는 9.11 테러에 대한 강력한 대테러전으로 어부지리로 당선된 대통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한때 최고의 지지율로 급상승하며 국민의 신망을 얻는 듯 했다. 그러나 유엔의 승인과 유럽의 파워를 무시한 두 번의 전쟁은 재선의 중요변수였으나 결국 다시금 발목을 잡는 최대의 정책적 실수가 되었다.

민주당에 많은 의석을 내주어 집권당으로의 권위를 상실함은 물론 의회의 중요 요직을 민주당이 독점함으로서 정책적 지지기반도 무너진 것이다. 국민들은 지친 나머지 하루빨리 길고도 지루한 부시의 선택을 마감하고 새로운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부시정부의 집권기간 중 최대 걸림돌은 역시 북한의 핵문제와 인권문제였다. 대테러전의 양상으로 최근 몇년간 급부상한 중동문제와 달리 북한문제는 북미 제네바협정을 체결한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이미 클린턴 정부 때부터 미국의 골치거리였다.


더욱이 국제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핵문제와 더불어 북한의 인권문제를 의회에 상정하여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독립국가로서 북한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는 곱지않은 시선과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비록 북한 인권법이 순수한 의미에서 국제사회의 인권정신을 기본으로 북한의 인권문제 해결과 구원의 의지를 갖는다 해도 그 실질적인 역할이 불분명하게 되자 핵문제 해결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발효됐다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취임 초부터 북한을 악의 축이라 칭하며 영변 핵시설을 파괴할 것이라는 선전포고로 국제사회의 긴장을 고조시킨 부시에게 대화나 타협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6자회담이 지리멸렬하게 된
것도 북한의 요구에 강경하게 응징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잠재했기 때문이다. 김정일을 대화가 불가능한 독재자라 비난하던 부시가 최근 김정일에게 친서를 전달하는 등 북한문제 해결에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자 국제사회는 그 진의에 주목하고 있다.

7년 전, 전세계 민주주의 종주국으로서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해 미국의 깃발을 드높이겠다던 부시의 기개는 국내경제의 소홀과 과도한 독선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음은 물론 그의 외교전략 어느 하나도 성공한 것이 없음이 드러났다. 부시는 왜 요즘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북한과 가까워지려 하는가. 더우기 그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에 두 가지 요인을 간과할 수 없다.첫째는, 국정 전반에 걸쳐 실패한 그의 정책들 중에서 그나마 북한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여 실패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상쇄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것이다. 100% 실패한 대통령보다는 그래도 하나 정도는 미국의 자존심을 세워준 성공한 정책으로의 노림수가 있는 것이다. 부시의 최근 행동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지난 7년 동안 초지일관한 북한문제를 임기 말기에 갑작스럽게 돌변하여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에 어느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향후 북미관계에 대한 전망이다. 북한은 이번을 계기로 길고도 긴 싸움에서 기선을 잡고 미국의 기를 꺾었다고 오판해서는 안된다. 더우기 임시방편으로 눈에 보이는 결실만을 위한 관계개선이라면 부시는 차기 정부에 북한문제의 중요 의제들을 떠넘기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가시적인 관계개선으로 길고도 지루한 북한문제의 원만한 해결의 결실을 취할 것이고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정책들은 차기정부가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에 공화당이 집권하던 민주당이 집권하던 부시정부의 북한문제는 답습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부시의 대북정책은 전반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한 배려가 내재해 있지 않다면 북한문제는 그 해결의 실마리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해결의 실마리를 위해 앞으로 1년 얼마나 유능한 외교전략을 구사하여 실익을 끌어내는가는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참여하는 양국의 외교적 전략과 능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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