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러운 동유럽국가의 자유왕래

2007-12-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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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뉴저지 리버에지)

지난 21일 동유럽 중심의 구 공산권을 중심으로 하는 9개국들 간에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국경개방 협약인 쉥겐조약(Schengen Agreement)이 발효됐다. 이 날 독일, 폴란드, 체코의 세 나라 총리들이 폴란드와 체코의 국경인 독일의 접경지역에서 축하기념행사를 갖고 “우리는 검문 폐지라는 형식절차를 없앤 것이 아니라 유럽인의 염원인 자유와 평화를 쟁취한 것”이라고 했다.

독일과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하여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한데 대해 전후에 독일총리는 폴란드에 정중히 사과했다. 그 후 양국간에는 지금처럼 우의를 다지며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협정을 체결한 9개국은 1985년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EU) 13개 회원국과 EU 비(非)회원국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모두 15개국에서 이 쉥겐조약을 체결하고 있는 데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유럽대륙 동쪽 에스토니아의 수도에서 서쪽에 있는 포르투갈의 수도까지 장장 4,000킬로미터의 긴 거리와 360만 평방킬로미터의 광활한 유럽지역에서 4억 인구의 통행이 완전 자유로워지며 유럽 역내의 교류가 확대되고 교역과 관광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약 체결국인 체코의 프라하 등 동유럽 대도시에는 국외추방자와 난민들이 몰려들어 체코는 금년에만 4,000여명의 불법입국자를 추방한 사실이 있는 국가임에도 이 조약이 성사하게 된 것은 쉥겐조약 집행위원회가 요구해 온 경찰력 강화 등의 개선조치를 이행함에 따라 범죄 증가와 동유럽으로부터의 난민 유입을 방지하며 유럽위원회는 15억 달러를 들여 동유럽 국경지역에 불법 이민자 추적을 위한 열감지 촬영시설을 도입하여 안보를 강화하면서까지 국가간의 국경개방 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남북한은 어떤가. 반세기가 넘도록 쓰라린 6.25의 동족 상쟁으로 인한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문제 등이 산적한데도 어느 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것이 없고 좀 진척됐다는 것이 북한의 외화벌이의 일환인 관광사업이나 쥐꼬리만한 이산가족 상봉이나 화상 상봉이 고작이다. 금년 내에 핵 불능화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불능화와 신고는 폐기로 가는 중간 단계에 불과한데 신고를 기피하고 있어 앞으로 6자회담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자유왕래의 길이 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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