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투명인간

2007-12-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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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행(암 전문의)

한국땅에 선거철이 올 때마다, 특히 대통령 선거 때가 되면 여기저기서 너도 나도 대통령이 되어 보겠다고 여러 저명한 인사들이 출마하는 것을 보아왔다.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해방 후 몇 번째 대통령 선거인지는 내 나이 또래면 다 알 수 있겠지만 진정코 공평하고 공정한 선거는 몇 번이나 됐을까? 하지만 과거 몇 번의 선거는 그런대로 선거운동에서나 투표, 개표과정에서 큰 잡음 없이 행해졌다고 기억된다.

50여년 민주주의 터전을 닦아온 보람이 있다고 보면서 서서히 민주주의 국가의 대열에 들어선다는 것이 나의 좁은 소견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부정 부패를 거리낌 없이 들추어내어 처벌하며 또한 정부와 대기업간의 흥정이나 부정거래를 파헤치는 전국민의 정서가 이번 선거의 진로를 정해줄 것으로 간주되면서 아직도 정치와 권력, 그리고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음모, 횡포, 부정, 뇌물, 허세 등등… 그것을 다 알면서도 정치인을 부러워하는 것이 또한 우리 인간 모두의 숨겨진 본능이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 같지만 너무 깊은 뜻이 있기에 여기에 적어본다면, 희랍의 대철학자 Plato의 저서 중 ‘Republic Book II’중에 ‘The Ring of Gyges’에서 왕족의 고용인인 양치기 청년 Gyges가 지진으로 붕괴된 전 왕의 묘지에서 그 시체가 끼고 있었던 금반지를 발견하게 되어 그것을 자기 손가락에 끼어보게 되었고, 그 반지를 어느 한쪽으로 돌려봤더니 자기가 투명인간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여왕을 유혹해서 왕을 죽이고 자기가 제왕이 되었다는 실화같은 옛날 이야기이다.

소크라테스를 비롯해서 여러 철학자들이 이 반지의 이야기가 뜻하는 이면의 갈등을 비판해 왔고 정의, 부정, 윤리, 도덕 및 인간의 본성을 분석, 비판해 왔지만 따지고 보면 어떤 의미에선 인간의 성선걸, 성악설의 일부를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여러 해를 걸쳐, 아니면 일생을 바쳐 대통령, 또는 위대한 정치인이 되려고 노력했고 터를 닦아놓은 여러 후보자들이 그렇다고 투명인간이 되어서라도 권력을 쟁취하고 싶은 것이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어느 사회에나 국가에도 늘 존재하는 투명인간들이 대기업을 운영한다든가, 크고 작은 범죄조직을 이끌어 가며 본체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가 현대 사회에서도 많이 있으니 이를 질타하려 했던 것이 Plato에 의해 2400여년간 문헌으로 남겨져 뭇 사람들에게 읽혀졌고 비판을 받아온 것으로 믿는다.

이제 우리는, 특히 정치인들은 불투명했던 투명인간의 탈을 벗고 투명한 정책 및 공약을 천명하는, 누구나 볼 수 있는 투명인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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