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일로 가는 길

2007-12-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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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뉴욕평통자문위원)

우리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분단의 원인과 역사, 그리고 처한 상황이 서로 다른데도 불구하고 흔히 독일의 통일을 우리나라 통일의 ‘롤 모델’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독일은 20세기 전반기에 두 차례나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쟁범죄 국가로서 패전의 댓가로 2차대전 후 동서독으로 분단(1945) 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이씨조선 위정자들의 부질없는 당파싸움, 무능과 부패, 국제정세에 대한 무지 등으로 세계사적 전환기에 나라를 잃고 2차대전에서 일제의 패망과 더불어 찾아온 해방을 맞이하게 되자마자 우리 민족의 의사와 무관하게 외세(미국과 소련)에 의해서 남북으로 분단(1945)되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는 2차대전 후 자본주의를 대변하는 미국과 공산주의를 대변하는 소련이 20세기 후반기에 45년 동안 벌인 냉전의 희생 제물로
서 외세가 안겨준 분단의 멍에를 목에 걸게 되었던 것이다.남한은 30여년간의 군사독재정권에 시달리기도 하였지만 구미 선진국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사회적 댓가를 치루며 200여년에 걸쳐 성취한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매우 어려운 여건 아래서 불과 30여년 동안에 압축하여 성취하는 역사를 창조하였다.

북한은 50여년에 걸쳐 폐쇄적 국가로, 설상가상 주요 교역 상대였던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으로 경제가 매우 피폐한 후진국으로 전락하였다.
현재 남한과 북한간의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은 냉전이 막을 내린지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 우리가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 아래서는 남한이 북한을 흡수할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는 독일처럼 통일 비용을 치루지 않아도 될 것이다.

따라서 두 체제가 우리 민족의 화해와 번영을 추구한다면 남한의 축적된 기술과 자본이 북한의 신선한 노동력과 결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한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경제성장을, 북한은 자기 식대로 자력갱생을 이룩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나는 남북통일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고대 역사 가운데 신라의 삼국통일과 연관시켜 가상적 사고를 해본다. 나는 외세(당나라)를 끌어들여서 동족인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신라의 삼국통일이 우리 역사 가운데 상당히 미화되어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느낀다. 왜냐하면 외세를 빌어 동족을 멸했다는 것이 자랑거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라가 외세를 빌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지 않았더라면 만주의 광활한 고구려 땅이 오늘날에도 우리의 영토로 남아있게 되지 않았을까?
그 때에 삼국이 연방제를 만들어서 평화공존을 모색했더라면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일도, 왜구의 침략과 유린을 당하는 일도, 외세에 짓밟히는 역사도 없지 않았을까? 그런 맥락에서 나는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남북통일 방식은 두 체제가 공존 공영하는 방향으로 가는 길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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