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민 신뢰 못받는 한국검찰

2007-12-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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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한국의 다음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시되는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 시비가 검찰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며칠 앞둔 이 날까지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반대파인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난 10일 소속의원 141명 전원 명의로 BBK 의혹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신당은 검사들이 도곡동 땅과 다스, BBK의 실제 소유주인 이명박 후보의 혐의사실을 수사하지 않고 은폐, 증거 조작을 시도했으며 김경준씨에게 “이명박은 기소할 수 없다. 당신 혼자 한 것으로 해라. 협조하면 구형량을 3년으로 줄여주겠다”고 회유했다면서 이것은 직권남용, 증거조작, 사실 은폐 행위로 헌법과 법률(검찰청법) 위반으로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였다.이 탄핵안이 재적의원(299명) 과반수의 찬성으로 통과되고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재판관 9명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소추된 검사들은 파면된다.


한나라당의 방해와 반대로 국회 통과도 어렵겠지만 보수파가 다수인 헌재 통과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다만 한국 검찰의 BBK 수사 발표를 믿지 못하는 여론이 반을 넘는 국민정서로 보아 이명박 후보 도덕성에 계속 흠집을 내려는 정치적 효과를 신당은 노리고 있는 것 같다.왜 한국 국민들은 한국 검찰을 믿지 못하는가? 그동안 각 매체들이 다투어 보도했던 복잡하기 이를데 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건의 흐름에서 여러번 말을 바꾸었던 이후보와 한나라당측의 무리한 해명, 김경준씨의 노모와 장모, 부인과 누나의 진술 등등 정황으로 보아 사람들은 이씨나 한나라당측 보다 김씨측 주장에 관심을 더 기울여 온 것 같았다.

무엇보다 BBK의 실소유주임을 밝히는 이면계약서에 찍힌 가짜라던 도장이 진짜로 밝혀지자 이씨측은 이번에는 서류가 가짜라고 말을 바꾸는가 하면, BBK 사장이라고 찍힌 명함을 받은 사람이 나왔는데도 준 적 없다고 부인하고 창업 당시 인터뷰 한 신문기사가 나오자 오보였다고 발뺌하는가 하면 창업 당시 방송기자를 불러 사장실에서 인터뷰 한 동영상이 나왔는데 이후보측은 미국 법정에 계류된 소송에서 이 사진의 증거 배제 신청을 하는등 누가 봐도 의심스런 정황들이 지금도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민 정서와는 반대되는 발표가 나오자 사람들은 검찰을 믿지 않게 된 것으로 보인다.

범죄를 수사, 소추하고 국가형벌권을 집행하는 헌법기관으로서의 검찰은 어느 나라에서나 공익을 대표하여 정의를 실현하는 권력기관이다. 그런데 한국 검찰은 정치권력의 향배에 유난히 민감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역대 한국정권이 민주주의적 정통성이 취약한 독재정권으로서 권력의 기반을 국민이 아닌 군·검·경 등 권력기관의 폭력에 의존해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즉 독재정권과 권력기관이 운명공동체로서 공생해 온 것이다.

한국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원칙 아래 총장을 정점으로 똘똘 뭉쳐 ‘우리가 남이가’식으로 제 식구 감싸며 조직 내 개혁을 거부하고 배타적 이익집단처럼 단합해 왔다. 기소독점주의로 온갖 특권 모두 누리며 기소편의주의로 힘없는 범법자에게는 호랑이처럼 군림하고 재벌 등 힘있는 범법자에는 솜방망이로 되어 부패의 사슬 속에 엮어 들어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번 삼성 X파일 사건은 용케 비껴갔지만 이번에 터진 비자금사건은 앞으로 한국검찰에 시한폭탄으로 다가오고 있다.

총수인 검찰총장까지 삼성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있는 등 ‘떡찰’ ‘떡검’ 등 멸시섞인 조롱과 비난 속에 지탄의 대상으로 되고 있는 것이다.이번 대선에서 만약 개혁지향 세력이 집권한다면 당연히 한국 검찰은 일대 수술을 면치못할 입장이다. 부패한 수뇌부는 자구책을 찾아야 할 것이고 부패한 수구세력의 집권이 그들에게는 가장 바람직한 상황일 것이라고 비판세력들은 말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은 취임 후 얼마 안돼 판검사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가진 바 있다. 그의 속셈은 검찰권 독립이라는 민주주의적 결단에 앞서 검사들의 의견을 들어볼 요량이었다고 한다. 허나 이 자리에서 검사들은 대통령에게 맞서 보겠다는 치기와 만용으로 어울리지 않는 막말, 헛소리를 무례하게 내뱉어 분위기를 망치고 웃음거리가 되어 ‘검사스럽다’라는 우스개 유행어까지 나오게 했다.

아미도 위엄 부리지 않고 자세를 낮추어 겸손한 대통령을 깔보았을 것이라는 것이 당시 생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의 중론이었다. 만약 그 때 상대가 박정희나 전두환이었다면 오금이 저려 할 말도 못했을 것이라며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으시대는 한국검찰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그 때 그 일’을 지금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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