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큰 승리자가 되라

2007-12-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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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석(뉴욕그리스도의교회 담임목사)

남매가 싸움을 구경하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싸움 구경, 불 구경은 예나 지금이나 흥미거리다. 처음으로 싸움 구경을 한 남매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가 동생에게 “야, 우리도 싸움 한번 해 보자”라고 말하자 동생도 “그래 우리 한번 해 보자”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 싸움이 시작되는지를 몰랐다. 그러다가 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이 볼펜이 내 것인데 네가 가지고 싶다고 자꾸 말하는 거야. 그러면 싸움이 되는거야” 그래서 둘이는 서로 볼펜이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싸움이 시작되었다.

얼마 후에 동생이 “오빠, 이 볼펜은 오빠 것이잖아. 난 안 가질래” 하자 곧바로 싸움이 그쳤다. 오빠는 이번에는 동생의 머리핀을 갖고 싸움을 하자고 했다. “이 머리핀은 원래 네 것이지만 오빠가 오빠 것이라고 할게” 하면서 또 다시 싸움을 했다. 동생은 “오빠, 이 머리핀 가지고 싶으면 가져” 하면서 싸움을 끝냈다.사람이 살아가면서 싸움을 한다는 것은 일상생활의 한 패턴이 되고 말았다. 싸움의 시작은 다름에서 시작되고 욕심으로 이어진다. 그 싸움에서 이기기 위하여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있건 없건 내게 유익이 되고 이길 승산만 있다면 모든 것을 동원한다. 정치에서 사용하는 ‘아니면 말고’하면서 싸움을 걸어오는 것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살아가면서 싸움판 가운데 서 있을 수 있다.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 이김의 비결은 양보와 배려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양보와 배려만으로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면 사랑과 덕으로 이겨야 한다. 용장 위에 지장이 있고 지장 위에 덕장이 있다는 말이 있다.
예수님도 세상에 계실 때 수많은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따라다니면서 싸움을 걸어왔다. 예수님은 물리적인 힘으로는 늘 졌다. 사람들과의 말싸움에서도 승부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부러 진 것은 아니었지만 억지로 승패를 이끌어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 진 것 같았으나 부활로 승리하였다.싸움을 통하여 상대에게 윽박지르고 강압으로 그들의 입을 막음으로 이겼다고 말할 수 있으나 진정한 승리는 아닌 것이다. 아들과 아내에게 이긴 것 같은 싸움에는 마음 속에 남편과 아버지
에 대한 존경심과 위엄을 심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사랑하는 마음까지 희미하게 했다면 진 것이다.

성경에서 싸우는 법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고. ‘선한 싸움’이란 물론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불의에 맞선 싸움이다. 그 누구와 하는 싸움이 아니라 잘못된 사상과 가르침에 맞서서 싸우라는 것이다. 선으로 악을 이기기 위해서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사람을 사랑하려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기본 자세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사람은 사랑하면서 잘못된 것에 대한 싸움을 할 수 있다. 사랑이 이기게 하는 것이다.
싸움에서 치밀한 논리로 상대의 입을 가로막고 옴짝 달싹도 못할 증거를 들이대며, 면전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게 만들었다고 한다면 실력이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게다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었다면 완벽한 승리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작은 승리에 지나지 않는다.
큰 승리란 기술로가 아니라 덕으로 이기는 것이다.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꿇게 하는 것이다. 작은 승리는 전리품을 얻지만 큰 승리는 사람을 얻는다. 우리의 싸움은 일시적인 승리가 아니라 궁극적인 승리가 되어야 한다. 지는 것 같으나 마지막에 승리하는 곧 선으로 악을 이기고 덕으로 재주를 이기는 승리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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