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알파 걸(Alpha Girl)을 꿈꾸며~

2007-12-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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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1부 차장)

‘알파 걸’의 파워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특히 올 한해 교육계는 미국사회나 뉴욕한인사회나 과히 ‘알파 걸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알파 걸이란 남녀의 역할이나 능력을 구분하는 사회적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남성을 추월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여학생들을 지칭하는 학계 전문용어이자 신조어다. 알파는 그리스 알파벳 첫 글자인 알파(α)를 딴 것이다. 알파 걸의 파워는 사실 올 초부터 강세였다. 주니어 노벨상으로 불리는 인텔 학생 과학경시대회에서 여학생이 대상을 차지해 10만 달러의 장학금을 받았고 최근 발표된 지멘스 학생 과학경
시대회에서도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여학생들이 대상을 차지해 역시 10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뉴욕한인사회에서도 올 봄 졸업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한인학생들의 수석·차석 소식이 이어졌고 이중 트라이스테이트 지역에서만 수석·차석을 차지한 여학생 소식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대세였다. 또한 각 급 학교의 학생회 회장과 부회장으로 활약한 여학생들의 수도 적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미국 최고의 명문인 하버드대학에서는 지난 2월 사상 처음으로 여성총장이 임명되면서 아이비리그 8개 대학 가운데 절반을 여성총장이 지휘하게 됐다. 정계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연방상원의원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며 강력한 카리스마로 남자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물론 드류 길핀 파우스트 하버드 첫 여성총장이나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의 성장시기에는 ‘알파 걸’이란 전문용어가 없었지만 이들은 분명 당대의 대표적인 알파 걸이었음이 분명하
다.

알파 걸을 연구한 하버드대학의 댄 킨들러 심리학 박사나 코넬대학의 샌드라 벰 심리학 박사 등 학자들은 여성의 특정 이미지를 강요하지 않고 아들·딸을 구분 없이 키우는 부모 밑에서 알파 걸이 탄생하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여자가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한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자녀양육 방식이 결과적으로 여성들로 하여금 탁월한 지도력으로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것. 남녀의 성 역할의 한계 없이 성장하면서 생겨난 자신감과 높은 성취욕구이 한 몫 하는 셈이다.

아들에 대한 부모들의 자녀양육 방식이 예전과 변함없는 반면, 딸에 대한 부모의 양육방식은 이처럼 급변하면서 알파 걸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뚜렷한 현상이 됐다. 일부 남성들은 알파 걸들을 가리켜 ‘여자들이 기가 너무 세다’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설 자리가 좁아진 남자들의 애처로운(?) 항변일 뿐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자신의 뚜렷한 주관과 가치관을 지닌 알파 걸들은 남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인물로도 정의된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 같은 알파 걸들을 단지 ‘기 센 여자’로 몰아세운다면 남자들의 옹졸함만 드러낼 뿐이다.

알파 걸의 시대를 맞아 이제는 남성들도 보다 열린 사고를 갖고 다가올 미래의 사회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내년에도 설레는 마음을 갖고 또 다른 알파 걸들의 눈부신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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