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So-So’

2007-12-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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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부장대우)

요즘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대한 국민들과 언론의 관심이 절정에 달하고 있다. 미국 역시 내년 가을 실시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모든 정치 선거가 그렇지만 특히 대통령 선거철에는 후보들보다 더 바쁜 사람들이 바로 이들을 지지한다는 소위 ‘후원회’ 관계자들이다.
한국 대통령 선거를 놓고 뉴욕을 비롯해 미주 전지역 한인사회에서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가나다 순) 후원회가 결성되고 있다. 물론 내년 봄쯤이면 힐러리 클린턴, 루돌프 줄리아니, 바락 오바마(ABC 순) 후원회가 한인사회에서 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가 보는 관점에서 올해 한국 대통령 선거와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통점을 찾아내자면 ‘진정 이 사람이 대통령으로 적합한가’에 해당되는 후보들이 없다는 점이다.대통령은 능력뿐만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리더십과 인내심, 성실함, 도덕성, 신뢰도, 군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 심지어는 관상과 볼품(appearance)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의 모든 면을 모든 국민들의 도마 위에 올리는 ‘대직’(大職)이다.그러나 신문지상과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비치는 한국 대통령 후보들을 보면 그 누구하나 위에서 언급한 대통령의 자질을 모두 갖춘 사람들이 없다.

한 후보를 보면 성실함은 있는 것 같은데 신뢰도와 관상이 떨어지며 또 다른 후보를 보면 카리스마는 있는데 리더십이 떨어지는 것 같다.미국 대통령 후보들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은퇴한 농구계의 악동 찰스 바클리는 마음에 있는 솔직한 심정을 공개적으로 내뱉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어느 한 라디오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는 참으로 흥미롭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후보들 중 한 후보는 흑인(오바마)이고, 한 후보(클린턴)는 여성이며, 또 다른 후보(줄리아니)는 결혼을 세 번이나 했다. 그래서 본인은 차라리 큰 문제가 없는 마이크 허크비 후보를 지지하고 싶다.”바클리의 이와 같은 발언에 공감이 가는 이유는 허크비가 훌륭하다는 것이 아니라 대선 후보 중 ‘바로 이 사람이다’라고 마음이 가는 자가 없다는 점이다.

얼마전 뉴욕한국일보가 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상당수의 한인들이 “그 후보가 좋아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후보가 너무 싫어서 지지한다”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다 그렇고 그렇게(so-so) 보이는 건 과연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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