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 넓은 이해와 배려 필요하다

2005-04-22 (금)
크게 작게
최성규(아리스토 아카데미 원장)

지난 1999년,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의 경악할 총격사건 이후 청소년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담론이 이어지고 여러가지 치유 방법이 시도된 후에도 크고 작은 학교내 범죄가 끊이지 않더니 최근 인디언 보호구역인 미네소타주 레드네이코 고교에서 다시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었다.

유럽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가끔 일어난다는 보도가 있는 것을 보면 이런 현상이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서도 최근 일진회라는 중고교내 불량조직우너들이 일으킨 사건들이 신문보도를 통해 알려졌었다. 기자가 자기 이름까지 밝히며 중학생 조직원을 인터뷰 한 기사가 도무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심하게 일탈한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무엇인가 잘못 되어가도 너무 빨리 잘못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십 수년 전 몇 친구 가족들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을 여행했을 때의 일이다. 아르헨티나는 상당히 큰 나라로 남쪽은 남극 가까이에서 시작해서 북쪽은 아열대기후 지역까지 포함하는 나라로 진기한 볼거리들이 많았다. 파타고니아는 찰스 다윈이 세계여행 중 일주일간 머물려 동식물을 관찰했던 곳으로 유명한데 그 곳 북쪽에 위치한 띠에르델 문도라는 곳에 갔을 때였다. 달의 땅이라는 이름은 그 지역이 수십년 동안 비가 오지 않는 지역으로 달의 표면과 똑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상당히 넓은 지역으로 정말 달의 표면에서나 다닐 것 같은 기묘한 색칠을 한 낡은 버스를 인디애나 존스 같이 생긴 안내인이 직접 운전하며 관광객을 안내했다.일단의 독일인 관광객과 함께 관광 중 잠시 쉬는 동안 멀리 바위 사이에 화려한 빛깔을 자랑하는 작은 식물을 발견하고 아이들이 소리지르며 달려갔다. 이런 척박한 땅에 식물이 자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생각되어 다가가서 조심스레 만져보니 보기와는 달리 얼마나 단단하고 날카로운지 금방 손을 벨 것 같이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아이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 작은 식물도 이 엄혹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렇게 단단하게 무장을 하고 외부의 접촉에 대해 거칠게 반응하는데 저렇게 구김살 없이 웃고 떠드는 저 아이들도 자라면서 적당한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이렇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
다.우리는 흔히 지금 자라며 공부하는 자녀들을 보면서 우리가 공부하던 때의 열악한 환경과 비교해가며 부모의 뜻에 좀더 부응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답답해 하며 서운해 한다.

사실 지금의 모든 것은 그 당시와 비교하면 조금도 불만을 가지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 만큼 월등히 향상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 시절 겪은 우리들의 생각이고 그 때를 경험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는 현재만 있을 뿐이다. 그것도 자고나면 스트레스를 주는 여러가지 주위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 현재 말이다.우선 부모와 사회의 청소년들에 대한 기대치가 그 때와는 비교가 안되게 높아져서 대학은 기본이고 대학원, 또 그 이상도 공부해야 한다. 또 세계 대학의 명문이 다 모여있는 미국 대학의 명문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인터넷이나 TV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물리치기 힘든 것들을 가지고 유혹하는 것들이 도처에 있는 것도 문제다.오늘날의 사회적 가치를 전하기 보다는 시장경제 원리로 무장한 자본들이 매스미디어의 허점을 이용해 청소년들의 의식을 상하게 하는 것에 대해 부모들 또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형국에 부모와 주위의 사랑과 보호까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짐작이 가는 것이다.
그들은 더 단단하게 그들만의 세계를 위해 무장하고 주변에 대해 거칠게 반응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이 바로 주변환경이 좋은 청소년들도 사회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유혹을 이기게 하기 위해 강한 정신력을 갖게 하고 그렇지 못한 청소년들도 그들만의 굴절된 세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우리가 더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할 때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