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문가 칼럼] 해외에서 한글 글쓰기

2024-10-04 (금) 윤관호/국제펜한국본부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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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국인들과 오랫동안 일을 해 왔으나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이민 1세대라 그런지 저의 의식을 표현하는 데는 한글이 영어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기가 영어보다 쉽습니다.

영어는 발음하는 대로 표기 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큰 애가 세 살, 막내가 한 살 때 한국에서 미국에 왔지만 한인교회에서 한글을 배워 한글을 잘 씁니다. 집에서는 부모들과 한국어로만 소통하게 하였더니 한국말도 잘 합니다.

많은 한인 교회에서 2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대학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곳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미동부한인문인협회 주관으로 20 여년 동안 뉴욕과 뉴저지 고교에서 한글로 백일장 행사도 하고, 우수 학생에게 격려금도 주고 있습니다.


이곳 한인들은 한국어로 말할 때나 한글로 글쓰기를 할 때 가급적 영어 단어를 쓰지 않고 우리 말과 한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 뉴스를 보면 지도자급 인사들이 텔레비전 방송에 나와 순수한 우리 말이 있는데도 영어 단어를 쓰는 것과 대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태어나서 성장하며 교육 받고 생활하던 곳을 떠나 이민 생활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이민 1세들은 미국에서 교육을 받지 못해 한국에 있었으면 안했을 일도 생계를 위해 열심히 합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생업에만 몰두하고 잘 돌봐주지 않고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습니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것 같아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부모는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갖는 문화적 이질감에 놀라면서도 포용하며 다독여야 합니다. 영적인 생활을 하고자 종교를 갖고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분들이 많고 절에 다니는 분들도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며 영적인 생활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뉴욕은 미국 문명의 중심에 있고 고층빌딩이 즐비한 곳입니다. 뉴욕은 꿈을 이루기 위해 역동적으로 도전해 보기도, 실패하여 좌절감에 빠지기도 쉬운 곳입니다. 강과 바다에 인접한 뉴욕은 한 시간 정도만 차를 타고 나가면 산과 호수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글로 글짓기를 하는 분들은 바쁜 이민생활 가운데도 시간을 내어 글을 씁니다. 내가 살던 고국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는 마음을 순수하게 합니다. 다문화 사회에서 지킬 것은 지키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 들이며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틈틈이 글을 쓰는 동안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도 갖게 되고 기쁨도 갖게 됩니다.

자신의 의식과 정서를 글로 표현하여 책이나 신문에 발표하고,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말과 한글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 사는 동포들도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리 나는 대로 쓰기 쉬운 표음문자인 한글이 있기에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상형문자로 표기하는 표의문자인 한문을 쓴다면 자유롭게 글을 쓰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한글은 한인사회에서 소통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문학적인 글을 쓰는데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한글문학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글 이민문학은 미국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으로부터 이민자가 대폭 감소하였기에 2세, 3세들에게 한글을 배우도록 교육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영어로도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는 이들이 한글문학을 더욱 발전시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윤관호/국제펜한국본부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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