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느 여가수의 못다부른 노래

2005-04-21 (목)
크게 작게
김성호(미암협회 한인지부 지부장)

수년전 콜럼비아 보건 대학과 뉴욕 AANCART (Asian American Network for Cancer Awareness Research and Training)에서는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270 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암에 대한 인식과 정보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5% 이상이 암이란 예고 없이 찾아오며, 초기발견과 치료를 통해 회복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또
한 설문조사 응답자의 반 이상이 암 선고에 대한 두려움을 표했으며, 83%는 암이란 반드시 의사나 다른 건강 전문가들과 상담되어져야 하며, 95%는 50세가 넘으면 반드시 암에 대한 정규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반해 한인들의 암검진을 포함한 정기검진률은 무척이나 낮았다. 한인 응답자의 65%가 담당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37%가 지난 2년 동안 정규 검진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 진단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한인 설문조사 참여자의 57%가 가격의 부담감을 언급했다.


한편,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한인 응답자들의 37%가 각각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보통이다 혹은 좋지 않다” 라고 응답했다. 이렇게 보듯이, 절반 이상의 한인 응답자들이 보험이 없다는 것, 담당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의 부담으로 건강 진단을 제때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암은 이러한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지난 수년간 공공보건분야에서 일하면서 겪었던 일중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일은 많은 분들이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 도움을 찿는 것을 볼때이다.

올해초 가수 길은정씨가 직장암으로 8년간 투병한 끝에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는데 얼마전 탈랜트 전운씨도 지병인 대장암으로 별세했다고 한다. 힘든 투병생활과 이혼등으로 심한 우울증까지 겪었던 그녀는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집념으로 방송과 음악생활에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나는 길은정씨 사망을 계기로 다른 측면을 강조하고 싶다. 길씨가 직장암 진단을 받은 것은 35세였던 1996년인데 이미 주변조직으로 암이 퍼진 3기였다. 1년여 앓아온 복통을 방치한 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고 한다. 결국 8년여간의 투병 끝에 44세를 일기로 숨져야 했다. 만약 일찍 검진을 받았다면 우리는 지금도 그녀가 해맑게 웃으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전해주고 있다.

직장과 결장에 생기는 암을 합쳐 보통 대장암이라고 한다. 한인의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발생률과 사망률이 모두 급증하고 있다. 현재 남여 암 발생과 사망률이 모두 3-4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장암 위험요인으로는 고령과 가족력이 있으며, 그리고 식사습관, 술, 담배, 운동부족과 비만도 대장암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장암은 50세 이상이 되면 갑자기 늘어난다. 환자의 80%가 50세 이상이다. 대장암은 가족력이 5?15%로 다른 암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대장암은 초기에 발견할 경우 생존률이 무척 높고, 조기 진단도 다른 암에 비해 용이한 편이다. 예방과 조기진단이 최선책이다.

미 암협회는 4월 17일부터 23일을 전미 소수민족을 위한 암인식의 주간에으로 정해 소수민족과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못하는 커뮤니티를 도우며 암 생존자와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연령별 발생위험이 높은 암의 발병률과 사망률을 줄이고 건강상 문제를 지닌 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올해는 특히 대장암을 강조하고 있다. 미 암협회는 특히 50세 이상 되는 분들에게 꼭 대장암 검진을 받을 것을 전국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퀸즈 지역에서는 체류신분에 관계없이 무보험자들을 위해 무료 대장암 검진을 제공하고 있다. 의료보험이 있는 사람은 보험을 이용하고 보험이 없는 한인들은 무료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바란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