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1.5세의 역차별

2005-04-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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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차장)

한번쯤 주위를 돌아보면 의외로 우리 주변의 많은 이들이 1.5세라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1.5세에 대한 사회학적 정의가 어떤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통설로 사용되는 ‘미국에서 중고교 과정을 거친 한인’ 정도로 본다면 얼추 비슷할 것 같다. 뉴욕의 한인 이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80년대 이후 한인 1세들의 자녀들이 성장해 지금은 20~40대까지 곳곳에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얼마전 한 1.5세로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1.5세는 갈 곳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사회속에서는 ‘유리 천정’이 있고, 한인사회에서는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심지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아, 물론 대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한인 1세들은 단체건 직장이건 능력있는 1.5세, 2세들을 한인사회에 끌어들이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유는 1.5세들이 영어와 미국식 사고방식에 익숙할 뿐아니라 한국식 사고방식도 갖고 있어 계속 커져가는 2세들을 아우르고 1세들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5세가 느끼는 감정의 일단은 이런 피상적인 생각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영어가 능숙하다고 하지만 2세보다 못하다고 느낀다. 한국식 사고방식 역시 체험속에 나온 것이 아니라 부모들로부터 강요받은 것으로 미국 생활속에서 상당 부분 변형돼 있다.

심하게 말하면 ‘필요에 따라 미국식과 한국식을 혼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그 점에서 그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많이 느끼고 있다. 단체속에서도 이들은 한 쪽으로의 선택을 강요받기 일쑤다. 순간순간 효용가치에 따라 쓰고 버리는 식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 서글플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점에 크게 불만스러워하지 않는다. 10대 언저리에 미국에 왔던 이들은 자녀 교육에 열성인 부모들의 ‘지나친 관심’과 생활에 바쁜 부모들의 ‘무관심’이라는 이중적인 생활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다.
한인 1.5세가 느끼는 감정이 한 집안에서 위로는 형한테 밀리고, 밑으로는 동생에게 차이는 둘째의 기분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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