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결혼의 계절

2005-04-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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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봄은 결혼의 계절이다. 그래서 요즈음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 결혼 이야기나 인사가 오고 간다. 그러나 미국에서 사는 한인 자녀들의 결혼문제는 갈수록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유는 우선 결혼 당사자인 젊은이들이 한국인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부모들은 가급적 사위나 며느리감을 한국인에 국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자녀들의 여건과 부모들의 바램은 하나의 딜레마다.

더군다나 아직도 한국에서는 상당수가 부모나 중매쟁이를 통해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자란 한인 2세들은 중매나 선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 마치 인신매매나 당하는 것처럼 펄펄 뛴다. 그러다 보니 사실 결혼이 이루어진다는 자체가 어쩌면 하나의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찍 자녀에게 애인이 생기면 부모들은 매우 자랑스러워하면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보면 30세를 훌쩍 넘긴 자녀를 둔 가정이 많다. 이쯤 되면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에게 ‘괜한 고집을 부렸나’ 하고 미안해 하지만 자녀는 이미 혼기를 놓쳐버린 상태다. 그래서 혼기를 앞둔 자녀를 둔 부모는 신중하게 판단하고 자녀가 원하는 대로 기회를 주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한국에서 좋은 배우자를 가족이나 친구들을 통해 많이 데려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본다. 그런 경우에는 결혼이 이루어지는 것보다도 결혼 후에 문화적 차이나 각종 이견을 잘 맞추어 가면서 별다른 문제없이 오랫동안 잘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어차피 결혼이란 전혀 다른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자란 사람들끼리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서로가 같은 여건에 살았다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하물며 미국과 한국이라는 전혀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같이 발을 맞춰 나간다는 것은 많은 노력과 이해와 사랑 없이는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특히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사람들은 남자거나 여자거나 가족과 친구들을 멀리 하고 전혀 생소한 환경 속에서 적응하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또 미국에서 한국으로부터 배우자를 데려오는 것은 자상하게 하나 하나를 잘 가르치고 이해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중도에 불상사가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결혼이란 한 순간이 아니라 평생동안 이루어내야 할 과정임에 틀림없다. 인간에게 있어서 남녀간의 사랑(결혼)은 하나의 의무이다. 우주만물은 사랑, 즉 결혼을 통해서 시작되고 생성되고 발전되고 계승된다. 성경에서 ‘땅에 충만하라,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구절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마땅히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독신주의자들은 반대하겠지만 결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꼭 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남녀간에 구애를 하거나 누군가를 연모하는 행위는 매우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일이다. 잘 아는 사람이 젊은 시절에 누구를 좋아하는 감정을 죄악시해서 연애를 못했는데 나이 먹은 지금 매우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젊은 날이 다시 돌아온다면 그는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사귀어 보고 싶다고 한다. 나이 먹은 사람들한테 그런 날이 다시 돌아올 리는 없지만 젊은 사람들은 이제부터라도 후회 없는 연애를 해서 좋은 배우자를 적극적으로 찾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자녀를 길러 결혼식을 치른 부모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자식을 분가시켜 놓고 보니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자신이 결혼한 것 보다 더 힘들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큰 일을 해냈다는 안도감이 들더라는 것이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 한다. 자기의 자손을 남기고 가문이 계승되고 나아가 인류가 존속하게 되는 것은 결혼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봄날, 안에만 있지 말고 부지런히 나가 좋은 배우자를 찾아 축복 속에 결혼할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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