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작품 속에 작가의 인생이 보인다’

2005-04-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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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혜(취재2부 부장대우)

뉴욕 생활 25년동안 한 우물만 파온 한 화가의 전시회를 둘러보면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변종곤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에 가보면 버려진 가족사진이나 액자틀, 장난감 헬기, 위스키 병 등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물건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으로 탈바꿈돼 있다.

기발하면서도 깊이 있는 동양 철학이 느껴지는 동서양의 만남을 엿볼 수 있는데 잠잘 공간마저 부족할 정도로 작가의 집안 구석구석마다 오랫동안 숨겨져 있다 세상의 빛을 본 작품들도 상당히 많다.미술 재료 살 돈이 없어 거리의 버려진 물건을 주우러 다녀야했던 뉴욕 초창기 힘든 시절부터
세계 곳곳의 골동품 가게에서 찾아낸 희귀 골동품들로 작업한 중견작가로서 자리를 잡기까지 작가의 삶의 단면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고생하던 시절이나 중견작가로서 뉴욕 화단에서 인정받은 지금의 작품 모두에서 유머가 넘쳐나 관람객들에게 재미를 준다.


“재료 살 돈이 없어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말은 핑계라고 생각한다. 작업실에서 벗어나 밖으로 눈을 돌리면 좋은 재료들이 세상 천지에 널려 있다”는 화가의 말은 뉴욕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한국인 미술학도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다.

뉴욕에는 미술 외에도 무용, 음악, 사진, 영화, 문학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한인 예술가들이 있다. 지금 당장은 돈이 없어 혹은 장래가 불투명해 작업을 접고 싶겠지만 은근과 끈기를 갖고 계속 정진한다면 언젠가 꼭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다.

작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작가가 얼마나 열심히, 건실하게 작품에만 메 달려왔는지 작품은 말해준다. 오랜 세월 거짓 없이 예술가로서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아온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작품 속에 작가의 인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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