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모어의 힘

2004-12-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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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유모어가 우리 건강에 좋다는 학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별로 신날 것도 없는 우리의 살림살이, 한 해를 보내면서 잠시라도 웃으면서 하루를 보냈으면 해서 기억에 남는 유모어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다음 얘기들은 실제 있었던 일이고, 또 내가 경험했던 것들이다.

-한인 동포가 미 시민권 인터뷰를 갔다. 심사관이 “미국의 초대 대통령은 누구입니까” 하고 물었다. 긴장했던 그 동포는 “조지 워싱턴 브릿지” 하니 심사관은 순간 당황하였지만 금새 상황을 알아차리고 박장대소하며 “합격이오” 하였다.


-어떤 부부가 거실에서 이불을 덮고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 TV를 보던 남편이 이불 밑으로 손을 넣더니 아내의 발가락을 지긋이 누르는 것이었다. 아내는 “여보, 그래주니 내 기분이 너무 좋아요” 하니 남편이 “나는 그것이 리모콘인 줄 알았어” 하는 것이 아닌가.

- 자녀가 학교를 결석하여 학생의 어머니가 결석계를 써 보냈다. “선생님, 어제 월요일, 제 자식이 학교를 가지 않았어요. 저는 어제가 월요일인 줄도 모르고 학교 가지 말라고 하였거든요”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은 유모어가 참으로 많은 사람이었다. 그에 대해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그의 유모어 때문에 그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처음 대통령에 출마하였을 때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과 TV 토론을 벌였는데 카터 대통령이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니 레이건은 “아이고, 또 시작이군” 하였는데 그 말을 듣던 청중들이 박장대소 하였다. 그것이 토론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고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일조하였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으로 유명하였다. 한번은 기자들이 “레이건 대통령, 귀하는 너무 게으른 게 아닌가요?” 하고 묻자 그 말을 받아서 “저도 압니다. 사람들은 일 많이 해서 죽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하지요. 그러나 그런 위험을 택해야 하나
요” 하니 그 질문을 한 사람들이 무안해 하였다(나는 이런 것이 왜 미국이 아름답고 위대한가 하는 하나의 조그만 증거가 된다고 믿고 있다).

미국의 어느 시골에 있는 식당 앞에 붙어있는 글이다. ‘저희 식당에서는 신용카드는 받지만 개인수표, 염소, 양, 돼지는 받지 않습니다’
오래 전에 작고한 미국의 흑인 가수이자 코미디언인 세미 데이비스 주니어가 죽기 얼마 전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와 TV에서 같이 공연한 적이 있었다. 그 내용 중 일부, 한 백인 여인의 남편이 오래동안 교도소에 있다가 출소하는 날이었다. 부인은 집안 청소도 하고 또 남편
이 좋아하는 중국요리를 전화로 주문하였다. 초인종이 울리고 배달한 음식이 왔는데 배달부
는 다름 아닌 세미 데이비스였다. 문을 연 부인은 “여보, 당신이 감옥에서 그토록 고생만
하시더니 이제 깜둥이로 변했구려” 하였다. 오래 전 일이었는데 내가 포복절도한 기억이 있다.

얼마 전 전철역에서 내렸는데 어떤 흑인 한 사람이 큰 군용 야전백 두개를 힘들여 운반하길래 내가 그 중 하나를 들어주면서 “당신 또 은행 털었어” 하니 그 사람이 얼마나 웃던지, 서로 하이 파이브를 하면서 헤어졌는데 그 날 하루종일 유쾌하였다.

유모어는 생활의 활력소이자 윤활유인 듯 싶다. 우리 주위에도 우리를 웃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즐겁고 은근히 기다려진다. 유모어를 즐기는 사람은 생활을 활기차게 하고 마음 씀씀이가 느긋하다.

우리 모두는 건강을 위해서도 사물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상대를 용서하고, 이해하며 유모어를 잃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찰나같은 우리네 일생, 짜증 내고 화내기에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해 본다.새해에는 모두 다 더 많이 웃고 복을 많이 많이 받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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