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의 또 다른 다짐

2004-12-29 (수)
크게 작게
박지현(KCS뉴욕한인봉사센터 공공보건부)

2004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온 가족이 함께 희망찬 새해를 설계할 때이다. 늘 그렇듯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건강 문제이다. 2005년에는 담배를 끊을까, 술을 줄일까, 여기에 다이어트는 물론이고 내친김에 아침 운동까지 결심해 본다.

우리 자녀들의 건강은 어떠한가? 한인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어느 누구 못지 않다. 하지만 자녀들의 건강 상태를 얼마나 신중하게 점검해 보았는지는 의문이다. 단지 잘먹고 무럭무럭 크기만 하면 된다고 믿고 계시지는 않는지.


옛날 우리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무조건 많이 먹어서 튼튼해지라고 일렀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흐뭇했으니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에 사는 우리는 지나칠 정도의 풍요를 누리고 있다.

언제나 맛있는 음식들이 여기 저기에 널려 있고 덩달아 우리 자녀들은 키와 몸도 불쑥 불쑥 커진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심각한 비만 문제를 바라볼 때 잘 먹기만 하는 것이 꼭 좋지 많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 청소년의 27.2%가 과체중이고 이 가운데 18.3%가 동양인이다. 물론 한국 청소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패스트푸드와 같이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 그리고 가공된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즐기는 반면 운동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과체중과 비만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에는 성인에서만 걸리는 것으로 인식되
어 온 고혈압, 당뇨와 같은 이른바 성인병들이 소아나 청소년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
서는 아예 성인병이라는 용어 대신 생활습관병이라고 고쳐 부르고 그 심각성을 알리기에 나
섰다.
당뇨의 경우 인슐린을 만들어 내는 췌장 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 생성이 안 되는 제 1형 당
뇨가 소아에서 주를 이르고, 체내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작용이 효과적이지 못한 제 2형 당
뇨는 성인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고 여겨진 상식도 깨진지 오래다. 이제는 10대의 연령에서
도 비만으로 인한 제 2형 당뇨 환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조사에 따르면, 제 2형 당뇨 환자 가운데 10.8%에 해당하는 205,000여명이 동양인이다.

특히 서구화된 생활습관을 가진 이민자들은 고국에 있는 사람들에 비해 더 높은 비만도를 보였으며, 제 2형 당뇨의 빈도도 2배나 높았다. 유전적인 요인을 고려해 보면 동양인이 백인보다 비만도는 낮지만, 제 2형 당뇨의 발병 빈도는 적어도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또한 당뇨 환자가 있는 가족은 1~2대 내에서 당뇨가 생길 확률이 70%가 넘는다.여성은 청소년기에 성장 호르몬과 성호르몬이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을 유발시켜 남성보다 더 당뇨의 발생 빈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와 고혈압 등 생활습관병은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평소에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패스트푸드보다는 과일과 야채를, 컴퓨터 게임이나 TV 시청보다는 꾸준한 운동을 통해서 체중을 조절한다면 생활습관병은 충분히 예
방할 수 있다.

건강을 지켜나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다. 2005년의 새해 계획으로 온 가족이 좋은 건강 습관을 갖도록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