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백해무익

2004-12-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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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고등학교 3학년때 델리에 우연히 들렀다가 ‘이브 세인트 로랑’의 담배 갑 포장이 너무나 멋지게 보여 처음으로 담배를 샀다.

그후 15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 비록 브랜드는 ‘이브 세인트 로랑’에서 ‘말보로 라이트’로 바뀌었지만 아직까지도 흡연이란 ‘고약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담배는 사회성이 짙은 마약 아닌 마약이다.


론 과학적으로 ‘중독성’이 입증됐지만 끊고 싶어도 사회 생활을 하노라면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 끊기 힘든 것이 바로 담배이다.
그런 담배가 뉴욕에서 천대를 받기 시작한 것은 3년전 마이클 블룸버그가 시장으로 당선되고 나서 부터이다.

담배 가격이 하루를 멀다하고 오르나 싶더니 급기야 직장내 사무실과 식당 등 공공장소에는 물론, 심지어는 희미한 등불아래 자욱한 담배연기가 필수적인 바(Bar)에서까지도 흡연이 금지됐다.

애연가들이 타도 블룸버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지만 뉴욕시의 금연법은 아무 문제 없이 잘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뉴욕시 바의 공기가 금연법이 없는 뉴저지보다 훨씬 더 청결하다는 연구 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뉴저지에서는 이와 관련, 금연법 움직임이 더욱 거세게 불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요즘에는 뉴욕이나 뉴저지나 담배를 피우면 미개인 취급받기가 쉽다. 어떤 흡연자는 “21세기의 흡연자들은 핸디캡 장애인과 마찬가지”라고까지 얘기하고 있다.

하긴 담배갑에 버젓이 ‘경고문’이 써 있는데도 불구,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미개인 취급 받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전세계 남성 흡연률이 항상 손가락 안에 드는 한국에서 이번에 담배 가격을 한갑당 500원씩 인상한다고 한다.

다가오는 신년에는 고약한 습관 하나를 줄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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