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보의 행복

2004-12-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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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근(무궁화상조회 회장)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소원 성취 하십시오!” “건강하십시오” 등 덕담이 무성할 2005년이 저만치에 보인다. 그런데 “새해에는 바보같이 사십시오!”라고 인사한다면 상대방 반응이 어떨까?
국경을 접한 한 마을, 어느 집에서 기르던 말이 아무런 연고 없이 집을 나가 오랑캐 땅으로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위로하자 “이것이 어찌 복이 되지 않겠습니까?”

몇 달이 지나, 나갔던 그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이끌고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이번에는 축하했다. “이것이 어찌 재앙이 되지 않겠습니까?”좋은 말이 들어와 재산은 늘었으나, 말 타기를 좋아하던 아들이 어느 날 말을 타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이것이 어찌 복이 되지 않겠습니까?”그 후 1년, 오랑캐가 쳐들어와 전쟁이 벌어졌다. 마을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끌려나가 대부분
죽어 돌아왔으나 이 아들은 불구였기 때문에 전쟁터에 나가지 않고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은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의 ‘새옹지마’의 줄거리인데, 이 노인의 대답이 좀 바보스럽게 느껴지면서, 한편 그 마음의 넉넉함을 엿볼 수도 있게 한다.인류사회에 병명(病名)이 5만개 정도 있고, 모든 병의 70~80%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는 최신 정보가 있다. 우리는 너무 가볍게 좋아하고 또 잘 노하며 쉽게 실망하고 슬퍼하며 맥없이 즐거워함으로써 마음이 잔잔할 때가 거의 없다. 특히 이해관계에 있어서는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여 상대방은 물론 자신도 돌보지 못할 지경까지 몰고 갔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조금은 바보스럽게 생각하고, 여유 있게 행동하면서, 넉넉한 마음으로 주위를 살피면서 살다 보면 마음이 평정돼 심신이 편하고,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보이며, 나아가 성취감마저 느낄 때 그 기쁨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나만의 것으로 남는다.

한편생을 산다는 것이 희로애락(喜怒哀樂)의 반복이요,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일생의 과정이라고 일단 정의를 해 놓고 불규칙 반복을 거듭하는 희로애락에 한 템포 늦게 반응함으로써 혹 바보같이 보일지라도 내 마음에 평화를 누릴 수 있다면 그것이 참된 행복이 아닐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하여 시작한 오락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인생은 행복하기 위하여 태어났다. 그 행복을 누리기 위하여 조금은 바보스럽게 살면서 천수(天壽)를 누리자.

“새해에는 좀 바보같이 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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