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인의 사상적 병폐

2004-12-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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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구(의사, 전 스토니브룩 한국학회 회장)

골든디스크 음악대상을 5번이나 탄, 가수 태진아씨가 자기 아들에게 충고한 말 중에 새겨 들을만한 것이 있다. “아빠가 가수생활 하는 중에 대충 대충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말을 신문에서 읽었다.

미국시장에서 TV 한 품목으로 10억달러를 벌어들인 회사는 <소니> 일본회사가 유일하다고 했는데 금년에는 한국의 <삼성>이 11억달러를 달성할 것 같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삼성이 일본의 소니를 추월하게 된 이유는 간단히 말해 어물쩍, 대강 대강 넘어가려고 하는 사상적 병폐가 철처히 배제되고 오직 초일류를 향한 집념과 자기가 만든 제품에 대한 철저한 제품 관리, 기술 향상, 품질 개량, 사후 관리… 등등, 책임을 지겠다는 엄격한 자기(회사 전사원과 사주) 관리는 물론, 소비자를 왕으로 모시는 ‘사업 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과거 어느 시기에 만든 핸드폰이 몇 개의 불량품이 있었다고 그 때 만든 핸드폰 전부를 불도저로 깔아 뭉개 부셔버렸다고 듣고 있다.

얼마 전 설문조사한 결과를 KBS-TV에서 본 일이 있다. 왜 ‘참여정부’에 와서도 변치 않고 ‘부정부패’가 만연한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설문이었다. 70여 퍼센트가 범법자를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형량이 솜방망이로 때리듯 어물쩍, 대강 대강 넘어가서 그렇다고 답했다.

장개석 총통이 대만으로 쫓겨와서도 밀수가 성행돼(부정 부패의 만연) 마침내 자기 며느리(?)도 밀수에 관련된 것을 알고 총살시켰다. 그 후부터 대만에는 기강이 서고 밀수가 근절됐다는 말은 깊이 생각해 볼만 하다.

필자가 왜 이렇게 장광설을 전주곡으로 치는가 하면, 한인사회에서도 대충대충 어물쩍 넘어가려는 사상적 병폐가 상당한 부분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을 고치지 않으면 미국 주류사회에 진입하는 것은 공염불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저녁, 노던 블러바드 D음식점 지하실에서 대학 동기동창회 망년회가 있었다. 나는 좀 일찍 가서 음식점 종업원들(2명)에게 저녁을 먹고 곧이어 노래자랑 대회가 있으니 노래방(가라오케) 준비를 미리 해달라고 했다. 그들은 그러겠다고 했다.

저녁, 불고기가 나오고 술잔이 오가는 중에 옛날 이야기랑, 학생시절의 잊지못할 이야기 등등 분위기가 오랜만에 익어가고 바야흐로 노래가 저절로 나올 분위기였다.내가 아무리 봐도 노래방 시설이 전혀 보이지 않아 이상해서 또 물어보았다. 노래방 시설이 어떻게 되었느냐고. 그 종업원은 똑같은 대답이었다. “곧 된다”고.

드디어 식사가 거의 끝나고 노래가 나올 시간이 왔다. 그때서야 종업원(다른 사람)이 와서 노래방 사용이 안된다는 일방통보를 했다. 아무런 설명도,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그저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슬금슬금 뒷걸음치더니 달아나 버렸다.


나는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불렀다. 여자 매니저가 연필을 들고 무엇하는 중인지… 나타났다. 단 한마디 “죄송합니다” 뿐이었다.일년만에 만나는 동창도 있고, 저 멀리 업스테이트 뉴버그에서 온 사람도 있었는데 씁쓸한 기분만 안고 일찍 나와버렸다.

왜 계약(노래방 쓰기로 되어있었음)을 이행하지 못한다는 명확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참고로 이 망년회 계약은 필자가 직접 2개월 전에 D음식점에 가서 했고 또 2주 전에 확인도 했음)상도의상 적어도 D음식점은 성의를 다해 고객에게 봉사하고 노래방 시설을 사용 못할듯 싶으면 2주 전에 미리 연락해 주어 우리들로 하여금 다른 곳을 찾도록 했어야 했다. 그리고 당일날 어떤 연유로 노래방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면 우리들, 고객에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야 옳았다.

미국사회는 자기가 한 일에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이 점을 자각하고 일상생활화 하지 않으면 미 주류사회로의 진입은 고사하고 소수민족 변두리에서 조차 생존하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인의 사상적 병폐’는 ‘민족 노이로제’이기 때문에 자각하고 고치지 아니하면 다음 세대로 넘어가 똑같은 일을 아들 대에도 하게 되기 때문이다.지면관계상 더 상세히 설명을 못하기에 <한국인의 주체성과 도>(저자 이동식)란 책 한 권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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