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유학 문호를 확대하라

2004-12-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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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이후 미국 입국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면서 미국대학이 해외 유학생을 외국에 빼앗기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입시를 관장하는 교육시험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대학원에 지원한 유학생이 28%나 줄었고 특히 중국 유학생은 45%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유럽 각국에는 외국 유학생이 늘고 있어 미국의 유학생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미국이 학생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한 것과는 반대로 유럽 각국은 유학생 유치를 위한 정책을 실시하여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독일은 2001년부터 영어학위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학교에 장려금을 주고 해외유학 박람회를 개최할 경우 지원금을 주면서 유학생 유치를 장려했다. 그 결과 유학생의 수가 지난 3년 동안 매년 27%씩 증가했다.

독일은 또 내년부터 유학생 가족의 장기체류를 허용하고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한 직업을 제외하고는 유학생 가족의 취업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밖에 네덜란드는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공립학교에 현금 지원을 하고 호주는 유학생들에게 이민 기회를 확대하는 등 많은 나라들이 유학생 유치 정책을 펴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까다로운 유학비자 발급으로 유학생이 줄어들어 당장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대학들이다. 예를 들어 MIT대학의 경우 올해 유학생의 수가 전년보다 12%나 줄었고 매사추세츠 주립대는 3년 전에 비해 47%나 줄어 대학 운영에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재정적 손실 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는 세계의 지도적 인재들의 교육을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빼앗기고 고급 두뇌를 미국이 확보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장차 미국이 입게 될 국익상의 손실일 것이다.

특히 한국의 해외 유학생은 현재 18만명으로 이 가운데 미국 유학생이 30%나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유학 비자가 까다로워지면서 한국유학생도 중국, 호주, 일본 등지로 다변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유학생의 미국 유학이 줄어든다면 이는 미국내 한인사회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장차 한미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되지 못할 것이다.

미국정부가 테러 방지를 위해 비자 심사를 엄격히 강화하는 것은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해외 유학생을 다른 나라에 빼앗긴다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테러에는 대비하면서 유학의 문호를 넓게 개방하는 유학생 유치정책을 적극 실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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