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리스마스 단상

2004-12-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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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수(서니사이드)

일부 비기독교 국가를 제외하고, 전세계에 걸쳐 크리스마스를 경축하는 모임, 행사, 풍경들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기독교, 예수와는 전혀 상관 없이 살아가는 세계에서도 크리스마스는 절대적으로 즐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대명제 하에 상품 판매를 통한 경제 특수, 술, 섹스가 혼합된 유흥가의 흥청거림, 그것보다는 다소 나아보이는 이웃, 친지, 가족들간의 선물 주고 받기, 그것보다 더 나
아 보이는 기독교 계통 교회에서 한 해의 총력을 기울여 벌이는 음악, 기념축하 행사 등으로 혼란스럽다.


네 개의 복음서와 예수 탄생 관련 예언서 등을 읽으며 의아한 생각이 든다. 거기에는 인류가 지금 즐거움에 기뻐 날뛰는 흥청망청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누가복음에서 천사가 목자들에게 전한 좋은 소식에는, 현재 교회를 비롯한 세상에서의 혼돈에 가까운 기쁨, 즐거움의 개념은 들어있지 않다.

우주와 시간, 역사의 주인인 하나님의 독생자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형태로 지구상에 도착한다는 소식이었다. 신비스럽고 장엄하다. 너무 엄청난 엄숙함 때문에 우리가 현재 경축하는 그런 형태의 행사는 그 격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억제할 수 없다. 그 장엄함에
비하면 인류(대부분의 교회를 포함)의 이 떠들썩함은 너무 경망스럽고 천박하지 않은가.

12월 25일에 대한 소견이다.복음서에도, 성경 어디에도 탄생일이 나타나 있지 않다. 오늘 밤(12월 25일)에 구주가 말 구
유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 성경=하나님 말씀=진리의 등식에 따르면 12월 25일이 예수 탄생일이라는 것은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수 탄생일은 하나님이 정했고 그러나 그 후에 하나님 스스로 그 날짜가 나타나지 않게 의도적으로 가리우신 그 날짜를, 신의 생일을 피조물들이 정한다는 것은 너무 신성 모독적이고 오만방자하고 유치하고 우스꽝스럽지 않은가?

복음서 보다 훨씬 이전에 기록된 구약성서에도 사건, 사실들의 발생 년월일이 다수 기록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예수 탄생 경우는 출생 장소, 상황 설명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짜가 없다.
예수, 마리아, 제자들, 형제들 중 아무도 예수 탄생일자를 몰랐다. 어불성설이다. 예수 탄생 날짜가 나타나 있으면 후세에 예수를 믿게 될 우리들이 현재와 같은 광란에 가까운 과잉 축하 행사로(목적은 돈을 쓰거나 돈을 거두어들이는 데 있다) 타락할 것을 아셨던 하나님이
그의 손으로 탄생 일자가 인류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가리셨던 것이라 믿고 있다.

예수 승천 이후 기독교가 소위 부흥되어 가던 역사의 어느 순간에 불순한 개입자가 순전한 기독교에 틈새를 만들며 비집고 들어왔다. 느끼지 못하게 슬며시 들어온 것이다.

날짜를 임의로 정한다. 타락시키고 탄생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종내 그 날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게 뒤죽박죽 마구 휘저어 버렸다.
이 광대한 우주, 그 주인 아들의 탄생일자를 임의로 정해놓고 시끌벅적 떠들고 먹고 행사하고 수금하고 그렇게는 결코 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하다.

365일 동안, 창조주가 피조물을 위하여 스스로 피조물의 형상으로 왔던 사실을 묵상하고 그 장엄한 우주적 사건 앞에서, 에덴에서 잃었던 영원성을 다시 회복시켜준 은혜에 대하여 희열에 넘치는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기념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있다.

예수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계속해서 우리를 위해 태어나신다. 그렇게 365일 일하시고 그렇게 365일 우릴 위해 죽으시고 그렇게 365일 부활하신다. 그런 후 승천하신다. 그러다가 어느 날 최종 목적을 가지고 다시 올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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