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리스마스와 할러데이

2004-12-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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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순(뉴욕예수원교회 목사)

어느듯 이 해도 저물고 있다. 그래서 연말이면 의례껏 사람들은 아기 예수의 성탄과 연말 연휴로 즐거운 시기를 마련한다. 그러나 실제로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연휴로 즐기는 할러데이 즉, 메리 크리스마스에서 해피할러데이로 그 본질이 변질되고 있다. 그래서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주의 성탄을 축하하며 아기 예수가 온 그 깊은 뜻을 아는 이들은 진정한 메리 크리스마스를 지키게 된다. 그러나 인간적인 연휴로만 즐기려는 사람들은 그동안 시달리고 지친 몸과 마음을 쉬면서 순전히 먹고 마시며 즐기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니 무의미하게 물질과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희로애락이 있고 뜨고 지는 흥망성쇠가 곡선을 이루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인간으로서 지키고 살아야 할 도리와 임무를 충실히 하면 언제고 때가 되면 좋은 결실을 맺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신을 보지 못하면 언제나 남의 말에 끌려다니고 허송세월 하다가 자기 인생을 살아보지 못하는 허무를 늦게가서 알고 보니 이미 때는 늦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우리는 이 한해를 넘기면서 진정 메리 크리스마스냐 해피 할러데이냐를 구분해야 할 것이다.해피 할러데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양태는 우선 즐겁게 모여 한잔 두잔 술을 마신다. 그리고 춤을 출 것이다. 그러다 마시고 또 마시고 하다가 취한다. 그리고 돌아갈 때 음주운전을 하게 된다. 결과 매년 미국에서 교통사고 제일 많은 날이 할러데이 시즌이다.

한국에서도 그 언젠가 큰 호텔에서 대형 화재가 나서 수십명이 타 죽은 것이 있었다. 또 도박으로 재산을 날리는 날이 바로 할러데이 기간이다. 80년대 필자가 뉴욕에 와서 초기에 밤낮 야채가게에서 일하며 모은 돈을 쥐고 아틀란틱시티에 가서 도박을 하다가 몇 년 고생하여 모은 돈을 불과 하룻밤 사이에 다 날려버리고 떠난 사람을 보았다. 할러데이 의식으로 사는 사람들은 남는 게 무엇인가. 결국 자신을 탕진하고 망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메리 크리스마스를 아는 이들은 우선 인류의 구원과 평화를 위해 오신 아기 예수를 바라보며 그에게 경배하고 그의 오신 뜻을 따라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며 병든 자를 고치시고 눈먼 자를 보게 하고 눌린 자를 자유케 하는” 일에 다소나마도 헌신하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크리스마스를 지키는 일이 아닌가.

우리 이웃 중엔 금년에 특히 불경기로 온정이 메마르고 나눔이 빈약한 때 각 교회나 기관, 사업단체, 기업인 개인이나 가정까지 주의 뜻을 따라 온세상에 인종과 국경을 넘어 나누는 사랑의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낭비적인 할러데이 보다는 나누며 보살피는 메리 크리스마스가 되어 주님의 성탄과 오는 새해에 가정마다 큰 은총과 축복을 두 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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