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시끄러운 연말이 그립다

2004-12-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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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2부 차장)

연말이면 ‘이번에는 정말 조용히 지내야지’하는 다짐을 하곤 한다.
비즈니스들은 아무 사고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고 어떤 이들은 ‘술 좀 적게 먹어야지’, 또는 ‘가족들이랑 보내야지’ 등등의 바램을 피력하곤 한다.

사건 사고가 일년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때이니만큼, 이런 다짐들은 필요하지만 막상 연말 분위기에 취하다보면 공염불이 되기 쉽다. 1월초가 되면 ‘지난 연말에 너무 심했다’며 자책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각 단체마다 연말파티 준비하는 것도 매우 큰 일이다.
회원들에게 일일이 연락하고, 장소나 시간, 후원자 등을 물색하고 다니다보면 정신이 없을 정도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끼리’의 정서를 공유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부딪히다보니 마찰도 많이 생긴다.
예전에는 협회 등의 연말 파티장에서 회원들끼리 묵혔던 감정 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되곤 했다.

맨하탄과 플러싱의 한인타운은 대목을 잡기 위해 화려한 조명과 사인, 북적거리는 길거리 등이 어울러져 연말 분위기를 물씬 낸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이때만큼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분위기에 파묻힌다.

가끔 한인 청소년들의 탈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 각종 달력, 상품 홍보물 등이 눈을 어지럽힐 정도로 많이 보이고 발에 채이게 된다.

행인들은 추운 날씨속에 중무장을 한 채 종종걸음을 치고, 김이 무럭무럭나는 오뎅 꼬치나 군고구마, 핫도그 등을 바라보면서 입에 고인 침을 삼킨다.

그런데 매년 돌아오는 연말이고, 사람들은 변한 게 없는데 올 연말은 정말 조용하다. 아니 조용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참 많다.
한 때는 복잡하고 북적대고, 시끄러운 연말이 싫었는데 지금은 그런 연말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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