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연말 되자

2004-12-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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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일(성은장로교회 장로)

12월이 되니 주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에도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무거운 일을 하면서 집에 가면 파스를 여기저기 바르고 몸이 아프고 열이 나면 아스피린으로 다스릴 수 밖에 없는 이들도 우리 주위에는 많다.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붙잡아보려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
도 적지 않다. 이들은 그래도 아프다고, 힘들다고, 어렵다는 말 한마디 할 힘 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과연 따끈한 맹물이라도 끓여놓고 더운 물 한 잔 나누자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있을까. 삶에 지친 사람들은 대론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으로 종종 교회를 찾기도 하지만 이들은 좋은 옷 입고, 좋은 차 타고 행복한 미소로 서로 인사를 나누며 교회에 들어서는 선
남선녀를 보기만 해도 죄없이 겁에 질려 그만 교회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어떤 사람은 그래도 용기를 내어 교회 안에 들어서서 맨 뒷자리 구석에 앉지만 많은 교인의 시선이 마치 자기만 보는 것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예배가 시작되면 이들은 어김없이 눈물로 얼굴이 뒤범벅이 되어 있다.

헌금시간, 이들은 마지못해 주머니에서 겨우 지폐 한장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매미채 안에 넣는다. 과연 먹을 것이 있고 따스한 옷, 쉴 곳이 제대로 있는 사람들의 눈에 이런 형편의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까?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올 것이다. 그리고 모두들 분위기에 들떠 흥청거릴 것이다. 크리스마스는 먹고 마시고 춤추는 명절이 아니다. 인류의 구세주인 아기 예수가 말 구유에서 태어난 거룩한 날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힘 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복을 나누는 거룩하고 엄숙
한 날, 그리고 또 정말로 기쁘기도 한 날이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부자에 눌려 뒷방에서 남몰래 탄식하고 쓸쓸하게 지내야 하는 날이 아니다.

이 날은 남을 속이지 않고 나의 양심이 더럽혀지지 않는 생활을 했다면 그런 사람은 당당하게 하나님 앞에 나아가 찬송하며 예수 탄생을 마음껏 기뻐해야 할 날이다. 성경에 보면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옷이 두벌 있으면 한벌은 없는 이에게 나누어 주라고 가르쳤다.
그의 뜻대로 이번 크리스마스는 있는 자가 없는 자를 생각하며 가진 것을 베푸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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