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하장

2004-12-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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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길(맨하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건강하시고 소원 이루십시요”
연륜이 많아지니 그 비례로 해마다 ‘연하장’을 많이 받는다.
100여 매 중 제일 많은 것은 옛 제자들의 것이다.

차례대로 수첩에 적으면서 보다 보면 정답고 반갑고 대견스러워 눈물까지 고이는 때도 있다.금년도 벌써 11월 말부터 받고 있다. 부족하기만 했던 스승, 칭찬 보다 꾸짖음이 많았던 스승, 사랑도 친절도, 칭찬도 후히 주지 못했던 스승, 그러나 그들의 마음에는 꾸짖음도 사랑으로, 칭찬도 격려로, 작은 모범도 거울로 받아들여 가슴에 묻어두었던 것이다.


연하장은 주로 반세기도 전에 교무실에서 주의 주던 그 때 칭찬하고 쓰다듬어준 제자 보다 꾸지람을 들은 제자들에게서 더 많이 받는다.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2자… 한 줄 밖에 안되는 글이지만 나에게는 소중해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3번은 읽는다.

그리고 12월이 지나 새해 정월 중순이 되면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면서 또 한 번 읽는다. 지난 해는 ‘2004’라 쓰고 ‘사랑의 서한들’을 고히 간직하였다.

일년에 한 번 주고 받는 ‘연하장’은 단순한 인사로 주고 받는 것은 아니다. 서로 서로의 진정한 사랑을 주고 받는, 바로 애정의 ‘비둘기’가 물어다 주는 사랑의 메시지다.작년에 보내온 이름이 올해도 또 빠짐없이 오기를 염원하면서 우편함을 오늘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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