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국과 미국

2004-12-08 (수)
크게 작게

신용일(취재1부 부장대우)

북핵 문제을 놓고 한미 양국은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2대의 기차와 같다는 느낌이 든다.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대선에서 재선됨에 따라 북핵 문제를 향한 미국 기차는 속도를 더하고 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과 중남미, 아시아, 유럽 등지를 순방하며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 방식에 맞서 대북 포용정책이란 기차를 몰고 있다.

6.25 전쟁 당시 북한, 중국, 소련과 싸웠던 한미 양국은 50여년이 지난 현재 그 전쟁을 일으킨 북한을 놓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드러내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이같은 긴장은 “북한의 핵 개발 노력은 공격 혹은 테러집단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 볼 수 없다”,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에 대해 우리가 보다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프랑스 문화가 미국과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는 점 때문”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더욱 깊어지는 듯 하다.


노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 미국 정부는 구체적인 반응을 피해가고 있으나 민간 단체들은 신랄한 독설을 퍼부으며 반박하고 강경파들은 노 대통령의 “빗나간 대북 정책”에 대한 경고까지 하고 있다.
한 예로 북한인권법안의 모태가 됐던 북한자유법안 초안 작성에 깊이 관여한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7일 서울에서 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그 대상이 부시 대통령이나 네오콘이 아닌 “북한 인권 개선을 기원하며 매주 교회에 나가는 기독교인과 인권단체가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미국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지 말고 주민들이 계속 굶어 죽도록 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지금 중국도 포스트 김정일 시대를 대비하고 있음에도 유독 노무현 정부만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는 정권과 사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마주 보고 달리는 2대의 기차를 지켜보는 북한은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우리의 전략이 성공했다”고 흐뭇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