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영화 회고전을 마치며

2004-12-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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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정(한국영화 회고전 홍보담당 디렉터)

“가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제 볼을 꼬집어 볼 때가 있습니다.”
링컨센터를 방문한 한국 영화전문지 ‘필름 2.0’의 편집위원인 김영진씨가 패널리스트로 참가한 ‘한국영화 60년’의 부대행사중의 하나인 공개 토론회에서 한국영화의 지금과 같은 비약적인 발전과, 굵직굵직한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등, 국제적인 위상 획득에 대해 한 말이다.

지금 한창 링컨센터의 월터 리드극장에서 한국영화 60여년을 총 결산하는 ‘The Newest Toger; 60 Years of South Korean Cinema; 한국 영화 60’년이라는 타이틀로 한국영화전이 성황리에 7일 막을 내린다.


1949년작인 ‘마음의 고향’에서 부터, 2004년 최고의 화제작인 ‘실미도’까지 총 40편이 11월 12일부터시작돼, 12월 7일까지 소개됐다. 이 행사는 뉴욕이 아닌, 미국 전체에서 열린 한국영화 상영회중 역대 최대 규모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우수한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또한 한국영화 해외진출을 활발하게 만들기 위한 그 한 토대로서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진해 온 계획이 이번 가을에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1960년대에 문을 연 세계 최대의 복합 예술관으로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에서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권위있는 링컨센터에서 한국영화 회고전이 열린 것은, 뉴욕에서 한국영화를 알리는 일을 주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도 나의 볼을 꼬집어 볼 만한 대 사건이다.

불과 몇년 전, 멀리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조차 한국영화보러 극장에 가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는 김영진위원의 말이 자신의 얘기로 믿었던 우리들이 이제 당당히 외국에서 한국영화로 우리를 알릴 기회가 올 줄 누가 예상했겠는가.

영화제가 시작하기 전, 길거리에서 영화제에 대한 팜플렛을 나눠주면서 만난 한 일본인이 감탄을 하면서 ‘한국은 정부가 나서서 영화를 밀어준다고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다. 일본에서는 꿈도 못꿀 일이다. 한국인들은 미국에서도 같이 모여 살면서 서로 돕고 산다고 들었는데 참 부럽다’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새삼 90년도 초 김영삼 대통령이 ‘쥬라기 공원’과 자동차 수출을 비교하면서 영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라에서 밀어주는 산업, 문득 우리는 그런 혜택에 대해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뉴욕에서의 행사도 전세계 권위있는 영화전문기관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을 촉진하여 한국영화 이미지를 향상시키며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영화진흥위원회와, 또한 뉴욕한국문화원의 도움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동안 뉴욕 한국영화를 해오면서 필자는 올 해 화제가 끝난 이후, 신문 칼럼에서 홍보를 해오면서 느낀 ‘동포사회’의 무성의 아닌 무관심에 대해 성토 아닌 하소연을 한적이 있다. 알긴 아는데, 가보긴 해야 하는데, 단지 엉덩이가 무거워서라기보다 시간을 쪼개 식사를 준비하고, 애들을 픽업 해야 하는 빡빡한 이민 생활이 그리 녹녹치 만은 않은 일상의 문제와 시간과 정열이 따라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한 적이 있다.

이번 영화제는 한국을 미국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였다. 또한 60, 70년대 구하기 힘든 필름들을 새로이 복원하고, 영문 자막을 입힌 눈부신 고전 영화들은 비단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한국유학생들은 외국인 친구들에게, 자식들은 힘들고 고단한 이민 생활에 지친 부모들에게, 부모들은 옛날의 한국을 이민 2세에게 보여주었던 좋은 기회였다.이번 영화제의 성공은 다음이라는 기회를 쉽게 오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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