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냉정한 자기 성찰 필요하다

2004-12-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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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일(성은장로교회 장로)

어려운 현재의 경제문제 즉, 디프레이션이라는 괴물이 일본을 강타하고 있다. 이것이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로 전염병처럼 퍼질 징조가 나날이 뚜렷해진다고 세계가 온통 대처방안을 찾으려고 야단이다.

이 때 우리 나라만은 수많은 뱃사공들이 저마다 애국을 외치면서 자신의 몫을 재빨리 챙기려고 난리들인 분위기이다. 소신과 철학이 없는 장관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려는 작태를 부끄럼 없이 보여줌으로 힘없는 국민들은 살기 위해서 체면, 도덕성, 정도를 벗어나는 온갖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경제이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살기 위해 원가 이하로 그동안 쌓이고 있는 재고 처리를 위해 세계시장에 덤핑이 시작된다면 한국의 경제가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고 8도 이상의 지진과도 같은 대혼란이 올 수도 있다.

왜냐하면, 돈이라면 ‘나만 살면 된다’는 집단이기주의의 진행이 심각하기 때문에 지금 누가 필요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위계질서를 지킬 수 있는가 묻고 있다. 지금 들리는 소리는 정치, 경제, 가정의 가치가 무너지는 소리 뿐인 것 같다.

지난 정권들이 뿌려놓은 도덕성의 상실로 부정이 정도(正道)인 것처럼 자리를 잡지 않았던가. 그래서 소리 없는 탈출의 행렬이 웅변으로 말하지 않는가. 예전에는 살기 위해서 외국으로 떠났다. 지금은 가진 자들, 배운 자들의 탈출이라고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가운데 새 정부는 TV 토론으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때인가 묻고 싶다.지금 새 정부는 지난 해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평범한 ‘고이치 다나까’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그는 그의 성공은 “실패에 대한 책임 보다 실패에 대한 분석의 결과”였다고 일본을 지배하여 온 실수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꼬집었다.
우리 나라는 지난 세월 속에 단기성 장관의 배출로 얼마나 많은 아까운 인재들을 팽개쳤는지를 되짚어 봐야 한다. 결국 너무나 많은 인재들을 덤프한 양심의 가책은 누구가 책임질 것인가.

금년 초 일본 국회에서 고이즈미 총리 연설의 한 대목을 보면 “실패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오늘의 실패를 내일의 성공으로 바꾸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문제에 처했을 때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에 필요한 것입니다”라고 호소한 그의 자세가 지난 10여년간 흩어졌던 자신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새겨 뭉치게 한 연설로 꼽힌다고 한다.

이곳에 사는 우리는 이민 100주년을 지난 현재 다시 한 번 지난 날의 우리 모습을 분석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을 것 같다. 한 예로 유대인들이 흉을 본 ‘가발사업’의 실패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지 않은지? 왜 중국인들이 웃고 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101년의 이민사가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지난 날의 잘못을 냉정히 찾아내어 분석하는 아픔은 빠를수록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이곳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American Dream)는 한국의 말세적인 사치풍조와 상실된 도덕성의 문화 유입을 배제하는 각오가 없이는 우리가 자랑스러운 이민역사를 쓸 수가 없다. 10년 전의 나의 모습과 오늘의 모습을 냉정히 비교해 볼 때 지혜를 찾아야 한다. ‘더 잘 할 수도 있었는데’ 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혜가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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