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재료값 ⇧·매상 ⇩… ‘이중고’한식당들 한숨만

애난데일의 한인 상가 모습.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정책에서 오는 물가압박으로 식당과 식료품 등 한인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연방정부 공무원 해고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 경제와 맞물려 외식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며 애난데일과 센터빌 지역의 한식당들의 걱정이 크다. 한때는 줄 서서 대기자 명단에 올린 후 자리가 나야 밥 먹을 수 있었던 애난데일의 A식당도 이제는 다 옛말이 됐다. 또 주말이면 줄을 잇는 손님들로 늘 북적이던 대형 한인 그로서리 스토어들도 세일 상품만 찾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한식당 주재료 대부분 수입품
이미 오른 가격, 또 상승 압력
“가격 올리면 손님 덜 올라”걱정
일부제품만 가격인상 그로서리
“관세 인상 시행되는 7월 불확실”
“관세, 아시안 공동체 문화 위협”
한식당들, 가격 인상 불가피 전망
버지니아 애난데일과 센터빌에 몰려있는 한식당들은 고물가로 인해 손님은 줄고,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애난데일의 대표적인 한식당 한강에도 요즘 손님이 줄었다. 연방정부 공무원 해고의 여파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여파로 분석된다.
한강 식당의 린다 정 매니저는 “요식업계는 약 2년전부터 서서히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기침체와 새로운 곳의 오픈 등 여러 원인이 있었는데 요즘 부쩍 불경기를 체감하고 있다”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로 연방공무원들의 직장해고와 관세 폭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고객들의 심리적 압박과 부담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식당들의 가장 큰 문제라면 대부분의 주재료가 모두 수입되는 상황이라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기존의 미국 현지에서 구입하는 재료들조차도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에 한국식당은 수입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에 더 많은 원가부담에 메뉴의 가격조정을 안할 수가 없는 상태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원자재 상승과 맞물려 일부 식당은 음식의 양을 줄이기도 한다. 가격 올리기는 부담스럽고,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의 한 방편이다. 실제로 페어팩스에 있는 한 일식당에서는 그동안 10개를 주던 스시와 우동 콤보 메뉴에서 스시와 캘리포니아 롤을 8개로 줄였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 지역 언론인 WTOP도 지난 28일자 ‘트럼프의 관세, 워싱턴 지역 아시아계 공동체 문화 위협한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일련의 관세 부과로 외국 수입품 가격이 급등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러한 관세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조명했다. 특히 식당에서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집에서 만드는 음식 식재료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현재 거의 모든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관세 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부터 레스토랑이나 가정에서 만드는 음식에 필요한 식재료에 추가관세가 적용돼 소비자들에게 전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형 식료품점, 수입식품류 가격 상승 불보듯
H-마트와 롯데 플라자 등 대형 한국 그로서리 업체들도 관세의 여파로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현재는 매장에서 판매 중인 일부 제품의 가격 변동이 크지 않지만, 7월에 관세 인상이 시행되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제적 압박감을 느끼는 손님들이 소비를 줄이고, 세일 상품에 몰리는 알뜰 쇼핑 추세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한다.
31일 센터빌 소재 H 마트로 장을 보러 온 제인 김(페어팩스, VA) 씨는 “식료품값이 많이 올라 세일상품은 미리 사다 쟁여둔다. 특히 쌀과 라면, 고추장과 간장 등 필수 식품은 세일 할 때마다 산다”며 자녀들이 좋아한다는 냉동 만두와 떡볶이, 김 등을 카트에 실었다.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중인 그레이스 권씨는 고율 관세 위협으로 아시안 식당이나 그로서리 스토어 업계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자신의 연구가 워싱턴 지역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정체성과 그것이 식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식문화란 기본적으로 음식을 생산하는 방식, 먹는 방식, 그리고 문화적으로 음식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와 관련된 모든 것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세 인상 위협으로 인해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집에서 자신들만의 고유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질 수 있으며, 특히 가격 인상의 영향을 받는 수입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더욱 그렇다고 우려했다.
관세 여파로 전방위적 가격 상승
AP 통신은 지난 31일 ‘철강 관세 급등으로 트럼프의 식료품 가격 인하 약속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두 배로 인상하면서 미국인들은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바로 식료품 매장이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수입품에 50%라는 엄청난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의 발표는 자동차부터 세탁기, 주택에 이르기까지 고가 품목의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러한 금속은 포장재에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모든 소비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위치타 주립대학교의 무역 전문가이자 교수인 우샤 헤일리는 “식료품 가격 상승은 파급 효과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관세로 인해 산업 전반의 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캔 제조업자 협회(Can Manufacturers Institute)의 로버트 버드웨이 회장은 “철강 관세를 두 배로 인상하면 식료품점에서 통조림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며 “가격이 오르면 수백만 미국 가정에 그 비용이 전가된다”고 말했다.
수백만 미국인에게 필수품인 수프 캔을 생산하는 캠벨(Campbell) 사는 관세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격 인상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레디윕(Reddi-Whip) 캔부터 팸(Pam)과 같은 쿠킹 스프레이까지 다양한 제품을 슈퍼마켓 진열대에 진열하는 콘아그라(ConAgra Brands) 역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가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참치, 닭고기 육수, 크랜베리 소스와 같은 통조림 식품 외에도 관세가 광범위한 품목에 미칠 수 있는 파급 효과에 대해 경고한다. 매장을 짓거나 식품 운송 트럭 구매비가 상승하면 제품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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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