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돈 30달러 들고 왔다가 50년 후 2천만 달러 쾌척

2025-05-02 (금) 07:18:13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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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칸 드림 이룬‘보트피플’

▶ 베트남 난민 출신 VA 여성사업가 키미 두옹, GMU 공대에 기부

단돈 30달러 들고 왔다가 50년 후 2천만 달러 쾌척

지난 25일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열린 컴퓨팅 스쿨 명명 기념행사에 참석한 키미 두옹과 남편 롱 응우엔 씨 부부.



베트남 패망 후 보트피플로 단돈 30달러를 들고 미국에 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키미 두옹씨가 조지 메이슨 대학교에 2,000만 달러의 거액을 쾌척해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25일 두옹 부부의 이름을 딴 ‘롱 앤 키미 응우옌 엔지니어링 건물(Long and Kimmy Nguyen Engineering building)’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두옹은 “1975년 사이공 함락으로 베트남을 떠나 미국에 도착했을 때 주머니에는 30달러와 난민 캠프에서 가져온 가방 두 개가 전부였다”며 “미국이 제공한 기회와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항상 미국사회에서 받은 고마움의 환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기부를 통해 대학교 컴퓨팅 학부는 응우옌과 두옹의 이름을 따서 ‘롱 앤 키미 응우옌 컴퓨팅 스쿨(Long Nguyen and Kimmy Duong School of Computing)’로 명명될 예정이며 기부금은 주로 장학금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기부에 앞서 이들 부부는 2009년에도 조지 메이슨 대학에 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두옹은 1945년 베트남 나트랑에서 태어나 1966년 사이공대학교에서 경제학과 법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68년 IBM 베트남 지사에 입사해 1975년 4월 베트남 패망 때까지 근무했다. 난민으로 북버지니아에 정착한 뒤 IBM에서 성공적인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가 되었다. 1994년에는 레스턴에 프래그매틱스(Pragmatics Inc.)를 설립해 30년간 재무, 법무, 시설 관리, 인사 부서를 총괄하며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2015년에는 미국과 베트남에서 다양한 보건, 교육, 복지 사업을 지원하는 키미 두옹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조지 메이슨대 외에도 워싱턴 지역 대학의 장학금 프로그램에 4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이런 헌신으로 두옹은 조지 메이슨 대학의 최고 명예 상인 ‘메이슨 메달’과 메릴랜드 대학이 수여하는 ‘글렌 마틴 메달’을 수상했다.

재단 웹사이트에는 “불교의 영향을 받은 키미 두옹은 항상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난민으로 미국에 온 두옹은 가난이 초래하는 수많은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돼 있다.

이날 두옹은 조지 메이슨 대학 학생들에게 “교육은 삶의 초석이다. 우리 세대 중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여러 직업을 병행하며 헌신하고 있다”면서 부모의 희생을 잊지 말 것도 강조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그레고리 워싱턴 총장은 “응우옌과 두옹 부부의 지원을 통해 학생들이 꿈을 꾸고 큰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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