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성도들이 모여들었다. 이윽고 예배가 시작됐다. 그리고 얼마 못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유리 파편이 튀어 예배가 잠시 중단됐지만 성도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2차 폭발음으로 당황한 성도들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2025년 4월 13일 종려주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접경지역인 수미의 한 침례교에서의 상황이다.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이날 러시아는 수미의 도심지역에 무차별 미사일공격을 가해 왔다. 이 공격으로 예배 참석차 교회로 오던 일가족을 포함해 최소 34명이 숨지고 117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트럼프가 휴전이라는 올리브 가지를 제시하자 푸틴은 폭력으로 답을 한 것으로 전 세계가 분노로 들끓었다
“이 전쟁이 얼마나 오래 가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완전히 승리할 것이다”-. 같은 무렵 우크라이나와는 유라시아대륙의 정 반대쪽에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에서 들려온 소리다.
지난 2일 트럼프가 ‘미국 해방의 날’(Liberation Day)선언과 함께 선포한 관세와 무역 전쟁이 계속 확산되자 급기야 마오쩌둥(毛澤東)이 소환됐다. 그리고 중국 전역에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은 그가 한국전쟁, 중공 식 표현으로는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미국에 대항해서 북조선을 도와준 전쟁) 당시 한 이 연설이다.
동시에 중화민족주의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나서서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모두 제국주의 미국 탓으로 돌리면서 공산당 깃발 하에 전 인민이 하나가 되어 도전을 기회로 만들자고 연일 선동하고 있다.
각일각, 미국과 중국 양국관계는 숫자로 싸우는 무역전쟁을 넘어 총탄이 오가는 군사적 충돌 양상으로 치 닫을 위험마저 내비치고 있다고 할까.
고난주간인 같은 기간 또 다른 소식이 전해져왔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포로로 잡힌 2명의 중국인 병사와 관련된 스토리들이다. 150여명의 중국 청년들이 돈에 유혹돼 용병이 되어 전투에 투입됐다가 일부가 우크라이나 군에 생포됐다. 그 대체적인 1신 내용이다.
그러니까 자발적으로 용병이 되어 러시아를 편들어 싸웠고 이는 중국공산정부 방침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이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전 인민이 철저한 감시와 통제에 놓여 있다. 그런 마당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수 백 명의 청년이 러시아로부터 비자를 받고 출국해 용병이 됐다. 이 사실을 중국공산당국이 전혀 몰랐다는 게 가능할까.
더더군다나 베이징은 일단의 인민해방군 장교들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견, 현장학습을 시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전혀 몰랐다는 것이 꽤나 황당하게 들린다는 거다.
그러니 이 일단의 중국용병은 시진핑 체제의 전폭적인 승인 하에 파병됐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 판단으로 보인다는 거다.
중공당국은 왜 그러면 소수이지만(현재 알려진 바로는) 용병파병을 승인했을까. ‘복잡한 지정학적 환경이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타임스의 지적이다.
푸틴에 유리한 조건을 내걸고 휴전을 성사시키려 들고 있다. 이를 통해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러시아를 끌어당겨 중국과 갈라놓으려는 것이다. 이를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베이징 입장에서는) 그 조치의 일환이 6.25 때 의용군 형식을 빌은 용병파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 가지 다른 목적도 겻 들여 있다는 지적이다. 실전경험 획득이다.
이 보도들이 암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시진핑의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밀접한 군사적 관계와는 달리 한 발 물러선 다소 초연한 관계에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 중-러-북은 상당히 끈끈한, 사실상의 군사동맹체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미·중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민간위성 회사가 홍해에서 미 전함과 각국 상선들을 공격할 수 있게 예멘의 후티 반군에게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고난주간에 전해진 또 다른 외신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수차례 비공식적으로 중국에 경고 했으나 중국은 번번이 무시했다는 게 뒤이은 보도다.
이 역시 중-러-북에다가 이란, ‘독재체제 쿼드’는 사실상의 군사동맹체로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서방을 향해 동시다발적 도발을 벌여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배경으로 볼 때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선 파병도 베이징의 승인 하에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게 더 힐의 진단이다. 이와 함께 6.25 때 의용군 형식을 빌은 중국용병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앞으로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또한 보다 직접적인 공격용 무기지원도 뒤따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관련해 싱크 탱크 시놉시스(Sinopsis)의 리처드 벙커는 이런 우려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쟁 수행에 중국에 많은 빚을 졌다. 때문에 대만침공이나, 혹은 다른 인근지역에서의 유사사태 발생 시 중국이 도움을 요청해오면 거절하기 힘들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아지역에서 정기적으로 합동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앞으로 있을 수도 있는 또 다른 전쟁에서 중국은 러시아, 그리고 북한과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날이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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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