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에 찬양소리가 들려온다. 설레는 마음으로 마중을 나간다. 저마다 손에 등불을 켜들고 서 있는 찬양대원들. 총총한 별빛 아래 은은히 이어지는 캐럴 송….‘
크리스마스 하면 연상되는 것은?’ 이 질문에 대한 한 노년의 한인 크리스천의 회상이다. 같은 질문이 주어진다면 많은 유럽인들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떠올릴지 모른다.
아기 예수의 개장 선언과 함께 캐럴이 울려 퍼진다. 빨강, 초록색 등이 어우러진 크리스마스 수공예 장식품들. 그 사이를 누비며 전통음식을 즐기면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 겨울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축제. 이것이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이 크리스마스 마켓 전통은 독일에서 시작됐다. 1434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최초로 열렸고 이후 오스트리아,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등 유럽 각지로 번져나갔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시기는 대림절(Advent), 보통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당일까지로 사람들이 찾아가기 쉬운 도시의 중앙광장, 왕궁 근처 등에서 해마다 성대한 규모로 열린다.
‘이 전통적 성탄절 축제의 장이 말살되고 있다.’- 유럽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주의 만연과 함께 그렇지 않아도 크리스마스 마켓은 점차 그 전통성이 퇴색되어가고 있었다. 애써 기독교 색채를 지우는 등. 그러다가 이 축제의 장이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의 주요 목표물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시작은 2014년 프랑스에서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낭트를 비롯한 프랑스 곳곳에서 인파가 몰린 도심에 차량이 돌진해 수많은 사람이 다치는 등의 사건이 잇달았다.
2년 후 발생한 것이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테러로 12명이 숨지고 56명이 다쳤다. 또 2018년에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총기난사 사건으로 5명이 숨졌다.
그리고 뒤따른 것이 독일 마그데부르크 참사다. 2024년 12월 20일 오후 7시를 조금 넘긴 시각. SUV 차량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돌진, 6명이 숨지고 309명 부상을 입었다.
이 마그데부르크 참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럽은 또 다시 테러 공포에 휩싸여 있다.
지난 11월 29일 브뤼셀에서 벌어진 광란 극이 그 예고 탄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 마켓 개장을 하루 앞둔 이날 일단의 이슬람교도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휘날리며 난입, 연기 탄을 터뜨리는 등 공개적으로 위력을 과시한 것.
뒤이어 독일과 폴란드 등지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노린 대규모 테러 모의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공포는 확산되고 있다.
폴란드 검찰은 16일 이슬람국가(ISIS)와 연계해 폭발물테러를 계획한 한 대학생을 기소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슬람에 심취해 있는 이 대학생은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폭발물을 터뜨려 대규모 사상자를 낼 계획이었다는 것.
이보다 앞서 독일 바이에른 주 수사당국은 역시 크리스마스 마켓을 겨냥해 차량 테러를 모의한 이슬람극단주의자 5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모스크에서 이맘(이슬람 성직자)으로 활동해온 이집트 국적자를 중심으로 범행을 모의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에서의 이슬람교도들의 폭력적 공격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당이나 교회건물을 대상으로 한 밴덜리즘은 예사다. 성직자가 폭행을 당하고 교회의 성찬행사가 노골적 방해로 중단되기도 한다.
기독교 요람지인 유럽에서 기독교도를 타깃으로 한 이슬람의 공격행위가 공공연히, 그리고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할까.
이 흐름의 연장에서 만연하고 있는 것이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테러로. 크리스마스 마켓은 바로 그 이슬람 성전(Jihad)의 타깃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유러피안 컨서버티브지의 분석이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전통 그 자체를 말살하려는 기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의 폭정(暴政)에 못 견뎌 살던 곳을 탈출해 유럽에서 새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런 그들이 저지르는 이런 야만적인 이율배반적 행위. 이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하나.
‘다문화주의라는 허구에 빠져들어 문화적 정체성을 스스로 상실했다. 유럽의 좌파정치인들의 현주소다. 그 가운데 날로 가속화되어가고 있는 게 유럽의 이슬람화(Islamification of Europe)다.’ 여기에서 그 답이 찾아진다는 것이 스펙테이터지의 진단이다.
‘이슬람의 이민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그 결과 브뤼셀의 학령 아동의 52%는 이슬람이고 런던은 37%에 이른다. 이슬람 인구가 급증한 베를린의 경우 경찰국장이 나서서 유대인은 스스로 정체성을 숨기고 지내라고 권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박해를 피해 최근 들어 6만이상의 유대계 인구의 엑소더스가 이루어졌다. 이란의 여성들은 목숨을 걸고 거부한 히잡(Hijab)이 유럽에서는 유행을 타면서 런던의 여자 경찰관들도 히잡을 착용하고 있다.’
이슬람화의 가속화와 함께 유럽에서 일고 있는 현상들이다. 이와 함께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유대계 박해, 더 나가 기독교에 대한 이슬람의 공공연한 공격행위다. 그런데도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여전히 맹목적 PC주의에 갇혀서.
‘이대로 나가면 유럽은 문명소멸(civilizational erasure)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고다. 이게 괜한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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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