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눈이 간다. 붉은 글자로 씌어진 11일. 이어지는 12일. 그러니까 1월 12일이다. 새해가 벌써 열흘 너머 지나간 것이다.
2026년의 첫 열흘 남짓한 이 날들이 그렇다. ‘때로는 한 세기 동안 일어난 일이 불과 며칠 만에 결정 된다’- 레닌이 한 이 말이 실감나게 들려오게 한다.
베네수엘라에서 한 작전이 비밀리에 전개되고 있었다. 마약카르텔과 유착된, 친중노선의 독재자 마두로 체포·압송직전이다. 그 날이 2026년 1월 2일이다. 같은 시점 지구의 반대편 이란에서는 회교 시아파 신정체제 47년 독재에 저항해 사람들이 거리로, 거리로 몰려들고 있었다.
‘절대적 결의(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미군의 이 작전 성공이 전 세계에 알려진 시점은 1월 3일 새벽 4시20분께다.
이와 함께 회교신정체제 독재를 반대하는 시위는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전역의 수 백 개 도시로 급속히 번져나가면서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속출되고 있다.
‘미군에 의한 마두로 검거, 압송은 단지 베네수엘라 스토리로 끝나는 게 아니다. 테헤란에게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뉴스위크지의 지적이다. ‘마두로 체포는 세계 그 어느 곳보다도 테헤란에 큰 충격파로 전해지고 있다.’ 애틀랜틱지의 보도다.
마두로의 베네수엘라와 회교신정체제 이란은 지난 20여 년간 밀접한 동맹관계에 있었다. 반(反)미에, 반 시오니즘을 연결고리로 똘똘 뭉쳐있었다고 할까. 그 끈끈한 관계는 2022년 이란 회교공화국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마두로를 초청, 동맹으로서 우의를 다지면서 다시 한 번 강조됐다.
하메네이는 마두로에게 어려움을 당할 때 친구로서 도움을 약속했었다. 그리고 3년 후 마두로는 절대 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하메네이는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들의 더 큰 동맹, 중국도,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베네수엘라를 무대로 펼쳐진 미군의 마두로 검거·압송. 이는 그러면 이란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을까.
외교수사에서 시작해 외교수사로 끝나기 일쑤였다. 경고를 던진다. 데드라인도 제시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러나 흐지부지된다. 협상도 그렇다. 지지부진하기만 할뿐이다. 최근 미국이 해외정책수행에서 보여 온 태도다.
그런 패턴에서 180도 벗어났다. 트럼프가 ‘절대적 결의작전’수행과정에서 과거와 확연히 다른 미국을 보여준 것이다. ‘그 달라진 미국’은 이란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탄도미사일개발에 몰두하면서 핵에도 손을 댔다. 그런 한 편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테러 네트워크를 뒤에서 조종하면서 중동지역의 질서를 교란해왔다. 그 하메네이 체제의 이란에 대해 미국이 경고를 안 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데드라인을 넘어도 별로 액션이 없었다. 확전, 보복 등을 꺼려서다.
위험을 극력 회피하려는 미국에 익숙해있었다고 할까. 때문에 이란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 도발도 서슴지 않아왔다.
그런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게 뉴스위크의 진단이다.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벙커 버스터 투하를 통해 트럼프는 미국이 달라졌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두로 검거·압송 작전을 통해 재차 확인시켜 준 것이다.
회교신정체제 이란을 더 당혹하게 하는 것은 반정부 시위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잇달고 있는 트럼프의 경고다. 지난 2일 첫 경고에 이어 지난 주말까지 세 차례나 경고가 나왔다. 시위대에 발포 시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는 강력한 시그널을 날리고 있는 것.
그 트럼프의 경고에 힘입어서 인가. 시위는 날로 격화되고 있다. 동시에 이란 당국의 대응도 초강경으로 치닫고 있다. 인터넷 차단과 함께 회교혁명수비대를 전면에 배치해 시위자들에게 발포, 사망자가 속출(타임지는 1월9일 현재로 최소 200여 명 사망 보도)하고 있다.
사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이란의 회교신정체제는 사실상 기능이 정치된 좀비(zombie)체제다. 생명력을 상실한 이 체제는 야만적 폭력을 통해 장례일정을 늦추고 있을 뿐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진단이다. 기관총을 난사하는 등 초강경조치는 좀비체제의 최후발악으로, 체제붕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는 거다.
이와 동시에 Crinks, ‘새로운 악의 쿼드’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Crinks의 종주국인 중국은 일대일로정책의 차질은 물론이고 에너지자원 확보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전략적으로 일대 손실을 겪게 될 것이란 게 뒤따르는 전망이다.
신년벽두부터 카라카스 발(發)로, 또 테헤란 발로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뉴스들. 관련해 한 용어가 뇌리를 맴돈다. 그게 뭘까.
스노볼 효과(Snowball Effect)다. 작은 눈덩이가 굴러가면서 점점 커지는 것처럼, 처음에는 미미했던 사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증폭되어 결국 거대 현상으로 이어지는.
‘그 시작은 네팔의 Z세대 시위였고, 그 흐름은 동남아에서, 라틴 아메리카로, 중동지역으로 이어진 것인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서 이런 광경이 연상된다. ‘자유 민주주의를 향한 시위대의 함성이 한국에서, 중국에서, 또 러시아에서 동시에 들려오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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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