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변 불편한데 주저하다 방광 망가져”

2025-12-25 (목) 12:00:00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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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철 강동성심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소변 불편한데 주저하다 방광 망가져”

16일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정현철 비뇨의학과 교수가 전립선비대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동성심병원 제공]

전립선은 두 얼굴을 가졌다. 요도를 감싸고 있는 ‘방광의 문지기’지만 중년 이후 삶의 질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기도 하다. 최근 5년(2019~2023년) 전립선비대증 환자 수는 16% 안팎 늘며 150만 명을 돌파(153만2,151명, 2023년 기준)했다. 환자는 급증했지만 치료 시계는 멈춰 서 있다. ‘나이 들면 다 그렇다’며 불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16일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 만난 정현철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닌 시간에 따라 서서히 악화하는 진행성 질환”이라며 “치료를 주저하다 시기를 놓치면 방광에 문제가 생기거나 콩팥 기능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뇨장애인 야뇨증과 관련해선 노년층은 주의해야 하는 데스모프레신의 한국 처방이 미국과 비교해 너무 많다며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은 무엇입니까.


소변을 보고 나서도 남아 있는 느낌이 들거나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중간에 끊기는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힘을 줘야 소변이 나오거나 잔뇨감이 지속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증상 중 하나라도 반복된다면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이를 방치해 전립선이 더 커지면 상대적으로 방광에서 소변이 빠져나가는 통로는 좁아집니다. 처음에는 방광이 더 강하게 수축해 버티지만 시간이 지나면 방광 자체가 망가지게 돼요.

-한국에선 약 처방 위주로 치료한다고 들었습니다.

전립선비대증 약은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지, 커진 전립선을 원래 크기로 되돌리지 않아요. 전립선은 나이가 들수록 계속 자랍니다. 약으로 버티면 당장은 나아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전립선이 요도를 막는 압력은 줄지 않기 때문에 방광 근육이 과도하게 힘을 쓰다 두꺼워지고 딱딱해집니다. 정상적인 방광은 500cc 안팎의 소변을 저장해야 하는데 방광 근육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소변이 조금만 차도 곧바로 짜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요의를 참기 힘든 절박뇨 같은 과민성 방광 문제가 생기게 돼요.

대한남성과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에 정 교수가 발표한 논문을 보면, 최근 5년(2019~2023년) 사이 전립선비대증 관련 약물 처방 건수가 50% 이상 늘었다. 반면 전립선비대증 수술 건수는 1만1,982건에서 1만2,698건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에선 전립선비대증 치료가 ‘약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또 야뇨증에는 데스모프레신 처방 비율이 약 20%였다. 미국(1~3%)의 6배가 넘는다. 한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와 미국 대규모 의료 데이터를 비교·분석한 결과다.

-수술을 미루면 어떤 위험이 있습니까.

수술은 방광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하는 게 제일 좋아요. 계속 방치하면, 전립선은 커져서 요도를 틀어막고 있는데 방광 근육의 힘은 세진 상황이니 소변이 콩팥으로 역류하게 됩니다. 소변 역류가 계속되면 콩팥이 손상되면서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투석이 필요한 상황까지 가는 거죠.

-수술은 어떤 방식으로 합니까.


표준 수술로는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내시경을 넣어 절제하는 수술이나 레이저로 들어내는 홀렙 수술이 있어요. 최근에는 ‘유로 리프트’(전립선 결찰술)라고 해서, 비대해진 전립선을 깎아내는 대신 특수 실로 양옆을 묶어 고정하는 방식도 씁니다. 수증기를 쏴서 비대해진 조직을 괴사시켜 크기를 줄이는 리줌 수술법도 있고요.

-수술하면 부작용은 없습니까.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나 홀렙 수술을 하면 정액이 요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방광으로 들어가는 역행성 사정이 발생할 수 있어요. 요실금도 나타날 수 있고요. 그래서 40, 50대 환자들에겐 수술 후 전립선이 다시 자랄 가능성과 사정 장애 문제를 고려해 수술보단 약물 치료를 우선 권하는 편이에요. 수술은 70대가 주로 많이 하세요.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도 수술이 필요한 건 비대해진 전립선을 방치할 경우 콩팥이 망가지는 등 더 큰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야뇨증 치료 약인 데스모프레신 처방 비율이 높은 게 왜 우려할 일입니까.

데스모프레신은 밤에 소변 생성량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지만, 고령층에서는 ‘저나트륨혈증’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요. 나트륨 수치가 떨어지면 어지러움과 의식 저하, 심하면 실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실신하면서 낙상 사고로 골절과 뇌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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