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의 베네수엘라가 내일의 동아시아국가…

2025-12-15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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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운반 선박이 잇달아 격침되고 있다. 벌써 23차례에 87명이 살해됐다. 뒤이은 것이 대형 유조선의 나포다. ‘마두로의 날은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워싱턴에서 공공연히 울려 퍼지고 있는 소리다.

‘베네수엘라의 친(親)중 좌파 사회주의 독재 마두로 체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전복)는 불가피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는 한층 굳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군사적 압박 수위는 계속 높아가면서 각일각(刻一刻) 상황은 엔드 게임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새삼 드러나고 있는 것이 있다. 그 하나는 새롭게 형성된 국제마약밀매 생태계라고 할까 하는 우중충한 그림이다. 또 다른 하나는 중국공산당의 집요한 해외침투공작, 그 거대하고 뚜렷한 지문(指紋)이다.


‘1980년대와 오늘날 코카인밀매 생태계는 전혀 다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지적이다.

최대 코카인 산지는 여전히 콜롬비아다. 그 코카인 분배의 최대 허브로 새로 떠오른 곳은 마두로체제의 베네수엘라다. 엄청난 양의 코카인이 베네수엘라를 발판으로 미국은 물론. 서아프리카로 보내지고 아프리카의 사헬지역을 거쳐 유럽으로 밀매된다.

이처럼 대서양을 넘나드는 마약밀매루트가 새로 확대되면서 유럽에서 압수된 코카인 양은 북미지역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유엔 마약과 범죄 단속국은 밝히고 있다.

그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각종 테러집단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마약카르텔이 코카인 등 다량의 마약을 서아프리카로 보낸다. 그러면 그 마약을 육로로 북아프리카로 나르는 역할은 맡는 것은 알 카에다 계열 등 회교 테러리스트집단이다. 그러니까 국제마약 카르텔과 국제테러조직의 조인트 벤처 형식이라고 할까.

이들은 사헬지역의 불량국가(rogue state) 좌파집권세력과 결탁, 운반비를 받고 마약을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의 지하디스트 세력에게 넘기면 그들은 지역 마약밀매업자를 통해 유럽으로 흘러 보낸다.

각종 마약카르텔과 테러조직. 불량국가 좌파정권과 부패 공무원 등이 어우러진 이 국제마약밀매의 새로운 생태계,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집단은 베네수엘라의 마약카르텔이다. 그들은 특히 유럽의 마약시장에서 맹활약, 유럽은 사상 최악의 마약 범람사태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마두로를 마약조직 수괴로 찍은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국의 강력한 개입과 함께 위기로 치닫고 있는 베네수엘라사태는 중차대한 지리 전략적(geo strategic)영향을 몰고 올 것이다.’ 아시아 센티널의 진단이다.

중국은 경제, 무역, 투자, 외교 등 다방면에 걸친 브라질 침투를 통해 미국의 뒷마당을 교란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항하며 자원 확보, 시장개척, 첨단 기술수출, 인프라 투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공략전술에 따라 중국은 이미 베네수엘라에서도 가장 중요한 경제적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베네수엘라의 마두로체제가 무너질 때 이는 라틴 아메리카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예측과 함께 나오고 있는 진단인 것이다.

그 최악의 ‘경우의 수’ 중 하나는 마두로 개인은 축출되지만 군부 중심의 ‘사실상의 마두로 스타일체제’가 존속되는 쪽으로 현재의 위기가 가닥이 잡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명목상으로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양상 다소 간의 정치적 변화만 있을 뿐 군부와 마약카르텔이 정권의 중심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베이징이 막후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석유 이권도 장악한다.

사태가 이 같은 방향으로 전개될 때 이는 워싱턴의 전략적 패배다. 그런 상황을 트럼프행정부는 용인할까. 아니다. 따라서 마두로 이후 더 큰 파란이 불어 닥칠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마두로 이후의 베네수엘라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그 전망은 별개로 하고 아시아 센티널이 특히 주목한 것은 중국 공산당이 베네수엘라를 타깃으로 펼친 회색지대 전술이다. 점차 첨예화되고 있는 미-중 대립 상황에서 인도-태평양지역 국가들에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군사적 개입 같은 무모해 보이는 접근법은 피한다. 군사기지 요구 같은 것도 하지 않는다. 부채, 계약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옭아맨다. 그 과정에서 군(軍)뿐만 아니다. 다른 엘리트그룹도 각종 이권(利權)을 통해 포로로 만든다.

이는 스리랑카, 파키스탄, 캄보디아 등을 친중 노예정권 체제로 만든 수법이다. 그 수법을 베네수엘라에서도 펼쳐 ‘마두로 체제의 흑화(黑化)’에 크게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중국의 이 같은 회색지대 전술은 체제가 불안정하고 가버넌스(governance)가 허약한 국가일수록 더 잘 먹힌다는 게 부연의 설명이다.

이야기가 꽤나 길어졌다. 이는 다름이 아니다.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다’-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가 한 말이었던가. 이를 이렇게 바꾸어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다. ‘사회주의 실험도 모자라 일편단심 친중노선을 추구하다가 나라를 결딴낸 베네수엘라. 그게 내일의 동아시아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반(反)중 시위를 중범죄로 처벌한다. 그러면서 중국이라면 무조건 ‘셰셰’하며 굴종의 자세부터 취한다. 이재명호의 한국정부가 혹시 그런…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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