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면 산타크로스가 놓고 간 선물 포장지를 뜯으며 가슴 설레이며 즐거워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두 딸이 어렸을 적에 하얀 거짓말을 믿고 성탄절 아침에 일어나 산타가 두고 간 선물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즐거웠다.
약 3년은 산타의 선물이라는 말이 통했다. 어느날 온 가족이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맨하탄 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큰 딸이 성탄절 선물 포장지에 있는 이름과 같은 장난감 회사 빌딩 싸인을 보고 반가워 하더니 이내 의문을 품고 얼마후 진실을 알게 되었다.
주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 선물은 작은 것이라도 받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다음은 ’선물’ 이라는 제목의 나의 졸시이다. ‘새벽기도회에서 한 교우가/포장지로 싼 선물을/내게 주고 갔다/무엇일까?/가슴이 두근거린다//집에 와 포장지를 벗기니/터질 것 같은/연시 둘/입에서 사르르 녹는다//작은 것을 선물로 받으니/별 부담이 없고/마음의 선물을/받은 것 같아 기쁘다//감사하며 축복한다/주는 자에게/복이 있게 하소서’
선물은 받는 것은 기쁜 일이다. 누구나 선물을 받으면 웃는다. 선물을 주는 사람도 웃게 된다. 선물을 주는 것은 사랑을 베푸는 행위이며 보람된 일이다. 평소 선물을 안하던 사람도 성탄절을 맞아 작은 선물이라도 이웃에게 주려 한다.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려는 듯 하다.
내가 만 3년의 군복무를 하던 강원도 철원은 겨울에는 온도가 매우 낮은 지역이다.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매섭게 추웠다. 날씨가 추우면 “크리스마스가 가까우니 날씨가 춥다” 라며 농담하며 웃곤 했다. 청춘의 열정으로 추위를 견뎌냈다.
그 시절 후방에 있는 학생들이 보내온 위문품을 받았다. 위문품 상자에는 치솔, 치약, 초코파이, 캔디, 볼펜 등이 들어 있었다. 물건 보다는 위문편지에 실은 학생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흐뭇해 했다. 한 동료 병사는 초등학교 여교사의 위문편지를 받고 답장을 하며 편지를 몇통 주고 받더니 그녀가 전방부대까지 면회 온 일도 있었다.
성탄절을 앞두고 몇몇 사람들에게라도 작은 선물을 마련하려 한다. 선물을 받은 분이 물건으로 답례할 필요는 없다. 마음으로 기뻐하면 충분하다. 몸이 아파 병원이나 재활원에 입원 중인 사람들에게는 찾아가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격려가 된다.
우리 교회에는 성탄절을 맞이하여 매해 성가대원들에게는 꿀 한 병씩, 주차장 봉사자들에게는 목도리 하나씩 선물하는 장로님이 있다. 요양원에 입원한 분들을 방문하여 기도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적은 금액이지만 남모르게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는 분들도 있다.
신문에 광고를 내어 우울한 분들에게 우울증이나 강박관념을 관리하는 심리적 치료에 대해 전문가를 강사로 모시고 이틀 동안 강좌를 개최하는 장로님도 있다. 이 모두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 이웃사랑이요, 좋은 성탄절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복이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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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호/국제 PEN 한국본부 미동부지역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