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티코 보도… “현재 구조는 작은 위기가 큰 것으로 폭발할 수 있어”
▶ “안보 관련 대통령 중대결정을 일부 핵심참모그룹서 뒷받침하는 건 문제”
미국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조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최근 사령탑 교체와 인원 대폭 축소 등을 거친 뒤 기능부전 상태에 빠졌다고 미국의 한 언론인이 지적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의 나할 투시 외교 담당 선임 기자는 2일 칼럼에서 지난 5월 마이크 왈츠 전 국가안보보좌관(NSC 보좌관)이 경질되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NSC 보좌관까지 겸직하게 된 이후 NSC의 파행 양상을 소개했다.
우선 NSC 구성원이 종전의 절반 이하인 100명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과 대국민 메시지를 조율하기 위해 열리던 중요한 NSC 관련 회의들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투시 기자는 전했다.
NSC가 주도하는 유관 부처 수장들의 회의체인 '수석 위원회', 부장관 또는 차관급 회의체인 '차석 위원회', 차관보급 정책조율위원회(PCC) 등이 루비오 체제하에서 크게 줄었다고 그는 소개했다.
투시 기자는 "현재의 구조는 작은 위기가 큰 것으로 폭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일부 미국 외교관들과 국가안보 전문가들의 우려"라며 위기 요소를 사전에 탐지해서 대응하게 만드는 NSC의 기능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투시 기자는 NSC의 약화에 따른 문제가 드러난 일로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수출하기 위한 협의체인 '오커스'(AUKUS)에 대한 국방부의 재검토 과정을 소개했다.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수출하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살피는 검토였는데,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차관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NSC와 국무부 등에 소속된 여러 핵심 당국자가 재검토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커스 재검토'가 언론에 보도된 뒤 호주와 영국 당국자들도 깜짝 놀랐다고 투시 기자는 전했다.
또 NSC의 주요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나라 정상 간의 회담이나 전화 통화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기자는 전했다.
NSC의 약화에는 언론에 정보를 흘려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NSC 내 직업 공무원들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투시 기자는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의 탄핵 국면에서 일부 NSC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증언을 한 일로 인해 NSC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지난 1월 국무장관 취임 후 국무부가 미국 외교정책을 주도하길 원한다고 했던 루비오 장관의 의중도 NSC 약화에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작용했을 수 있어 보인다.
아울러 NSC가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였던 바이든 행정부 때 중동 문제 등과 관련해 NSC의 영향력이 너무 컸던 데 따른 반작용의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투시 기자는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안보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협의가 NSC 차원이 아닌 일부 핵심 참모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고 투시 기자는 짚었다.
루비오 장관과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등 정무적 판단에 민감한 핵심 참모들의 모임에서는 객관적인 평가와 분석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절대시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