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감격과 감사로 살아간다. 어느 철학자가 인생을 최고로 사는 지혜의 비결은 감격과 감사로 넘치며 사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요사이 감격과 감사를 수시로 느끼며 살아간다. 당연히 행복도 덤으로 온다.
결혼 전에 못 만나게 하고, 못 오게 했던 사위들에게 감사하며 사는데 감격까지 준다. 자기 자식에게 절대로 화를 안 낸다. 학교에 다닐 때 아르바이트로 남의 결혼식이나 예식의 사진을 찍어주며 돈을 벌었던 귀중한 자산으로 소중히 다루는 사진기를 가르쳐주고, 만져서 떨어뜨려도 아무 말 안 한다.
나의 아버지는 만지지도 못하게 했던 것과 비교가 된다. 4살이 되도록 글을 배워야 하는데 이름 하나 쓰는데 몇 시간을 옆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놈은 연필을 집어던지고 울고 억지를 부리는데 다 받아준다. 자기도 공부를 못했다고 하면서.
손주들 뒷바라지를 사위가 한다. 목욕시키는 것에서 학교 데려다 주는 것까지도. 요새 젊은이들이 대부분 그렇게 살아간다고 하지만 딸이 편하니 처음에는 좋았는데 이제는 얄밉다.
출장을 가서 집을 비울 때나 학교를 안 갈 때는 뉴욕에서 먼 길을 운전해서 데려다 놓고 갔다가 다시 와서 데려간다. 여전히 인사가 시원찮고 마음에 안 들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산다.
그들이 어떻게 살지는 나중에 죽을 때까지 모른다. 지금은 나에게 감격을 주고 나는 감사하는 것뿐이다. 나는 그렇게 안 자랐는데…. 아버지의 귀중한 것 뿐 아니라 그분의 물건 자체를 건드리지도 못하고 욕만 먹고 자란 것 같은데. 사위는 장인을 닮는다고 해서 딸 걱정에 후회도 하며 장인에게 잘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큰 사위한테는 처음부터 미안했다. 몇 대 독자인데 잘나지도 않은 딸과 애가 없으니 나는 아무 할 말이 없다. 개가 자식이다. 암 수술도 시키고 얼마 전에는 대퇴골 수술도 시켰다. 지극 정성이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 지금 나는 개의 할아버지다. 시대가 바뀐 건가. 인성이 변한 건가. 항시 사돈집과 사위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사위는 음식을 잘한다. 집에서 모일 때 고기는 그가 굽고 반찬을 만든다. 큰딸은 아무것도 안 한다. 큰딸은 원래가 남자 같았다. 그 애의 복인지 몰라도 아빠 같은 남편은 아니다. 모든 것은 아내 덕이다. 그녀의 기도가 내 가정에 작은 기적을 만든 것 같다. 감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면서 필요 할 때만 나왔다. 지금은 항상 하늘에 감사하고 모두에게 감사한다.
아내의 행실을 열심히 따라하니 나의 행동도 넓어졌다. 모든 게 나의 잘못임을 인정하고 모든 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어가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늘에 감사하고 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도 감사하며….
가뜩이나 감정이 큰 사람이 맑은 하늘에 따뜻한 햇볕을 맞고 푸릇하게 올라오는 연한 잎을 보며 감격하며 모든 자연에 감사해지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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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혁 패사디나,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