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산다. 우리의 삶과 생활의 주요공간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오늘 우리의 모습은 과거의 결과체이며, 또한 우리가 전개할 미래의 원인체가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과거를 성찰하며 오늘에서 내일로 삶을 추동하며, 창조하면서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실존이다.
1970년대초부터 시작된 대량이민시대이래 우리들은 이민자로서 새로운 땅에 적응하며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어느덧 많은 세월이 지나갔고, 미국이라는 공간은 우리들의 익숙한 땅이 되었고, 주인의식이 생겨났고, 자녀들이 이 땅에서 태어났고, 교육을 받았으며, 이 사회에서 활동을 하고있다.
이 땅은 이제 우리 땅이며, 우리들은 이 땅의 주인이 되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은 많은 난제와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이미 선진국으로 진입했고, 우리들은 선진문명인이 되어왔다.
수년 전 뉴욕한인회관에 자리한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박물관에서 보여주는 이민 역사의 흔적을 보면서, 마치 내개인 이민 역사의 발자취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 모두의 이민역사이면서, 나의 이민 역사로 투영되며, 되새김질 되고, 오버랩 되는듯한 묘한 감정과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과의 만남, 자신과의 해후같은 특별한 감정의 풍요로운 시간을 이민사박물관에서 향유하게 되었다. 박물관에서 자신의 삶과 존재를 성찰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더욱 명료해짐을 느꼈다. 뚜렷한 정체성은 개인의 행복과 성공 그리고 사회적 봉사의 시발점이 된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촌동생이, 독일에 간호사로 가서 광부로 온 분과 결혼을 한 후 캐나다를 거쳐서 뉴욕에 1971년 정착한 부모의 취업이민과 결혼이야기를 소책자(small booklet)로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도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는 작업을 그러한 방식으로 한 것이다.
지금부터 20여년 전 고 유재두 회장님과 이정화 전 한인회장님을 위시한 이민 1세 리더들이 한인 이민사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의기투합하였으나 구체적으로 실체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2013년 롱아일랜드 김민선 회장이 지인들과 30만 달러라는 거금을 확보하고 이민사박물관의 구체적 작업을 실행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두 그룹이 한마음으로 박물관 설립 일을 하였다고 한다. 2015년 김민선 회장이 한인회장이 되면서 박물관이 한인회에 둥지를 트는 계기가 된 것이다.
마침 한국문화원이 맨하탄 한인타운에 자체건물을 신축/개관 하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국정부에서 마련한 한국문화원 독립 자체 건물과 현지동포들이 역사의식과 피땀으로 마련한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 컨텐츠의 만남(융합)은 양기관과 우리 이민자와 우리 후손들 그리고 한국문화와 역사와 관심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귀중한 자산이 되며,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 나다 하겠다.
작년에 시집간 큰딸이 사내아이 임신 소식을 전해왔다. 훗날 그가 자라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할 때 나는 손자의 손을 꼬옥 잡고서 한국문화와 손자의 뿌리가 되는 한인 이민역사를 체험시키려 뉴욕한국문화원을 방문할 것이다. 그날을 상상하니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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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호/공인회계사·롱아일랜드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