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기대가 가득했었다. 그 이름만 들어도 자랑스러웠었다. 그러나 개관한 모습을 보고서는 실망을 하기도 했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나 또한 박물관이라고 하면 천정이 높으면서 고풍스러워야 하고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유리 상자 안에 빛을 받아 반짝이는 고미술품들이 있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내가 한인회관에 갈 때마다 두 번, 세 번 거듭해 보면서 어느 순간 비로소 박물관의 역사적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막연하게 상상하고 있었던 박물관의 형태는 적게는 수 백만달러 많게는 수천만 달러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의 첫걸음, 시작하는 수준이므로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30년쯤 후에는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은 퀸즈 어딘가에 그럴듯한 빌딩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지만 지금은 걸음마 단계에 있는 이민사박물관이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너도나도 나서서 채워 줘야 할 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이민생활에 적응하는 데에도 버거운 동포들이 참여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때마침 뉴욕한국문화원에서 멋들어진 건물을 개관했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서 들은 바에 따르면 이민사박물관측이 뉴욕한국문화원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일찌기 인천광역시에서 해외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서 월미도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을 개관했었다.
이 역시 역사 찾아 나서기의 일환이다. 착공식에 참여했던 나는 세차게 내리는 비에 젖으면서도 늦으면 늦을수록 어려운 일인데 100년이 되기 전에 누군가가 시작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마찬가지로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의 시작이 없었더라도 언젠가는 본국 정부 차원에서 뉴욕이나 LA 정도에는 추진해야만 될 사업인 것이다. 세월이 더 흐른 뒤에 시작한다면 훨씬 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뉴욕한국문화원이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의 코리아센터 수용을 결정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서 본국 정부와 재외동포가 함께 노력한 큰 결실로 길이 후손들에게 회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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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로/전 뉴욕한인회장>